영화 '쉘 위 댄스'를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춤이 무기력에 빠진 인간에게 얼마만큼의 열정을 불어넣는지, 또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이런 '각성'은 어린 이차영(상주 이안초교 5년·11) 양에게도 비슷하게 찾아온 것 같다. 차영 양은 지난 달 3회 구미시장배 전국 스포츠 댄스 대회 '자이브' 초등부문에서 팀 동료와 함께 1등을 차지했다. 대상은 아니지만 '시골 소녀'를 바꿔놓기에는 충분했다.
"올해 초였어요. 영화 '댄서의 순정'에서 문근영이 추는 춤이 너무 근사했어요. 그래서 엄마한테 스포츠 댄스 학원에 보내달라고 졸랐죠."
변변한 학원도 없는 시골. 댄스학원이 있을리 만무했다. 처음에는 만류하던 부모님도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결국 가까운 문경시내까지 차를 타고 나가 댄스 지도를 받았다. 대회가 있기 3주 전부터는 오후 늦게까지 꼬박 3시간씩 춤에 빠져 지냈다.
사실 차영 양을 처음 봤을 때는 약간 뜻밖이었다. 156cm의 큰 키에 조금 통통하다 싶을 정도로 제법 큰 체격이었다. 아담한 키의 날렵한 댄서일 것이라는 예상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하지만 그 체격 덕분에 차영 양은 대회 당일 남자 스텝 역을 맡아 파트너를 훌륭하게 이끌었다.
"처음에는 운동삼아 시켰죠. 아무래도 여자아이니까 몸매 라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그런데 정말 효과가 있더라구요." 엄마의 말이다.
하지만 정작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성격이었다. 평소 부끄럼이 많았는데 춤을 배운 후 적극적인 아이로 변했다. "여러 사람 앞에서 춤을 추는 것 자체가 자신감을 심어 준 것 같아요. 짙은 화장도 아이에게는 색다른 경험이었나 봐요."
이런 변화 뒤에는 딸을 믿어준 든든한 부모가 있었다.
조소과를 졸업하고 조각 작업실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잘 해 보라며 딸의 등을 두드려줬고 엄마도 좀처럼 공부에 닦달하지 않았다.
차영 양은 "장래 희망은 여자 경찰이나 미술 선생님"이라며 생긋 웃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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