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조소혜(19·여·대구시 수성구 만촌동) 씨의 첫인상은 '순수함'이었다. 화장기 전혀 없는 뽀얀 피부 덕분. 요즘 뜨는 말로 한다면 '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맨얼굴을 의미하는 신세대 용어)' 미인이라고 할까. 한창 화장의 재미에 빠져있을 나이지만 그녀는 외출할 때도 얼굴에 화장을 전혀 하지 않는다. 단지 땡볕에 타지 않게 선크림을 바르는 정도다.
조씨가 노메이크업으로 다니는 이유는 피부에 대한 나름대로의 자신감도 작용했지만 화장이 자신의 피부에 잘 안 맞아서였다. 조씨는 "대학교 1학년 초에 잠깐 화장을 했었는데 피부에 종기가 생기는 등 트러블이 일어났다."고 설명했다. 조씨는 "보통 화장을 처음 하면 트러블이 생기는데 그걸 감추려고 화장을 또 하게 되고 그렇게 악순환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어릴 때부터 피부가 곱다는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는 그녀지만 노력 없이 되는 일이 어디 있던가. 요즘 방학을 맞아 일주일에 한 차례 정도 피부관리숍에 다닌다. 또 다른 비법은 하루에 물을 10컵 이상 마신다는 것. 조 씨는 생수를 들고 다니면서 수시로 물을 마신다고 한다. 조 씨는 "요즘 쌩얼 열풍 때문인지 주위 친구들도 화장을 하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두껍게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쌩얼 열풍이 불고 있다. 최근 화장기 없는 맨얼굴을 공개하는 쌩얼 사진이 일부 여성 연예인과 여성들 사이에서 크게 유행하면서 쌩얼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다. 이런 분위기 덕분에 피부 관련 업체들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특히 피부관리숍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는 것. 이지영 하얀얼굴 예쁜몸매(주) 원장은 "쌩얼로 다니기 위해선 무엇보다 고운 피부가 생명이기 때문에 여성들 사이에 피부 관리를 받는 것이 대세처럼 여겨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이런 유행 속에 연령층도 많이 낮아져 어머니와 함께 오는 고등학생들도 더러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큰 재미를 못 봤던 피부과 병원들도 여성들의 발길이 꾸준히 늘고 있다. 서호철 예일피부과의원 원장은 "특이하게도 최근 화장기 없이 맨얼굴로 다니고 싶다는 30대 여성들이 자주 찾아온다."고 전했다.
화장품도 덩달아 변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최근 로션과 파운데이션 기능을 합친 제품이나 베이스와 파운데이션 기능을 합친 제품 등 '멀티 기능'을 하는 화장품들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차임선 아모레퍼시픽 대구사업본부 대리는 "멀티 기능의 제품들은 예전처럼 화장을 두껍게 할 필요가 없이 가볍고 간편하게 하면서 피부를 깨끗하게 보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얼굴 전체보다는 여드름, 기미, 주근깨 등 부분적인 부위만을 커버해주는 '컨실러' 판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차 대리는 "투명한 피부 화장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눈이나 입술에 바르는 제품들도 전체적으로 '펄(반짝이는 입자)'이 들어간 연한 계통이 사랑받고 있다."고 했다.
쌩얼이 대접받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에 대한 여성들의 스트레스도 그만큼 많아졌다. 박지영(25·여·대구시 남구 대명2동) 씨는 "얼마 전 남자친구가 수영장에 가자고 졸라서 갔는데 알고 보니 내 맨얼굴을 보기 위한 의도였다."고 씁쓸해했다. 박 씨는 "몇 년 전보다 피부에 대한 투자도 거의 배 가까이 늘고 신경도 많이 쓰이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정재호편집위원 new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