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물놀이가 최고!"
개천에선 아이들이 물장구를 치며 신이 났다. 한쪽에선 물고기를 잡느라고 정신이 없다. 한여름 뙤약볕에 이내 얼굴은 발갛게 달아오르고 입고 있던 반바지는 물에 흠뻑 젖었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고무튜브는 꼬마들에게 인기 만점.
9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신촌유원지를 찾은 아동복지시설 신애보육원과 소망모자원 아이들 70여 명은 물을 보자 너도 나도 뛰어들었다. 따라온 시설 직원들도 흥겹기는 마찬가지.
이들 대부대(?)를 실어 나른 이는 관광버스기사 김희수(50·대구 동구 검사동) 씨와 직장(삼성플러스관광) 동료들. 김 씨는 지난해에도 이들을 태우고 경북 성주로 물놀이를 다녀왔다. 하루 운행비 35만 원을 날려도 전혀 아깝지 않단다.
"아이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이 차비죠. 웃는 아이들을 보면 저도 절로 흥이 납니다."
지역 아동복지시설 여러 곳을 돌며 봄, 여름 무료운행을 도맡는 김 씨의 선행은 이미 7년째. 이젠 직장동료들도 이 일에 동참하고 있다. 그는 가을과 겨울엔 홀몸노인들을 위해 봉사한다.
사실 이번 여행은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김 씨는 5개월 전 위암수술을 받은 뒤 몸조리를 하는 중. 하지만 그는 별 일 아니라며 오히려 민망해한다.
"견딜 만 합니다. 게다가 물놀이를 기다리는 아이들 생각하니 안 올 수가 없죠. 제가 워낙 아이들을 좋아하는 탓인지 신이 난 모습을 보니 힘든 줄도 모르겠네요."
김 씨가 아이들의 발이 돼줬다면 나머지 나들이 준비는 김종성(60·대구 서구 평리동) 씨의 몫. 닭꼬치를 구워 오토바이에 싣고 다니며 파는 김 씨는 자신의 주머니를 털어 이번 나들이를 챙겼다. 월남 파병으로 고엽제 후유증을 앓는 김 씨는 매달 조금씩 나오는 정부수당을 모아 나들이에 다 써버린다. 그러길 이미 13년째. 이번엔 아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후원을 요청해 보물찾기 놀이 후 아이들에게 안겨줄 디지털 피아노, 로봇 장난감, 선풍기 등을 장만했다.
"가스렌지부품 공장 사장일 땐 돈을 좀 만졌죠. 공장에 불이 난 뒤론 재산을 몽땅 날렸습니다. 자살을 시도했다가 이틀 만에 깨어난 뒤 생각했어요. 새로 받은 목숨은 남을 위해 살고 싶다고."
이후 아동복지시설을 찾아다니며 과일, 채소 등을 챙겨주다 나들이길 후원자로 나선 것. 김희수 씨는 7년 전 김 씨 아내가 운영하는 식당에 우연히 들렀다가 이런 일을 하는 김 씨와 의기투합, 해마다 몇차례씩 나들이길 안내자가 됐다.
김종성 씨의 열정은 주위에도 영향을 미쳐 이웃 아주머니들도 나들이 준비에 합세했다. 이날 연신 땀을 훔치면서도 점심메뉴인 카레, 부추전, 동그랑땡을 만들고 밥을 지어 일행에게 먹인 것이 이들.
나무그늘 아래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보며 웃던 두 김 씨. "우리도 넉넉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나눠보세요. 행복해집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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