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광복절(光復節)이로구나. 빛 광(光), 다시 복(復), 날 절(節)! 곧 '빛을 다시 본 날'이라는 뜻이로구나. 일제에 억눌려 있다가 해방된 뜻깊은 날이지.
광복절이 되니 문득 올곧은 선비 한 분의 이야기가 떠오르는구나. 우리 나라가 일본 밑에 억눌려 있을 때의 일이란다. 경상도의 어느 마을에서도 독립만세 운동에 참가하기로 하였지. 마을 사람들은 일본은 물러가야 한다는 글을 쓰고, 그 글 밑에다 자신의 이름을 써넣었단다. 그리고는 그 문서를 큰 소리로 읽고, 독립만세를 불렀지.
마침내 일본 경찰은 만세를 부른 사람들을 잡아가기 시작하였대. 그런데 이 일에 가장 먼저 앞장섰던 한 할아버지는 잡혀가지 않았단다. 그러자 이 할아버지는 스스로 일본 경찰서로 가서 외쳤대.
"야, 이 나쁜 놈들아! 내가 맨 먼저 만세 부를 것을 주장하고 이름을 써넣었다. 그런데 어찌하여 다른 사람만 잡아가고 나는 잡아가지 않느냐? 모두 풀어주고 나를 잡아 가두어라."
그러자 일본 경찰관이 문서를 내보이며 말했지.
"자, 여기 보시오. 영감 이름은 없지 않소."
할아버지가 살펴보니 정말로 자기 이름이 없었대.
"아니, 이럴 수가! 누가 지웠구나."
그래도 할아버지는 호통을 쳤단다.
"안 된다. 여기는 우리 나라이다. 돌아갈 놈은 바로 너희들이다. 너희들이나 빨리 물러가라. 이 놈들아."
그러자 일본 경찰은 이 할아버지를 옥에 가두었지.
나중에 알고 보니, 이 할아버지의 아들이 아버지의 연세를 생각해서 아버지의 이름 위에 자기 이름을 덮쳐서 썼던 거야. 아들은 연세 많은 아버지가 옥살이를 하시게 되면 위험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그렇게 하였던 것이지.
할아버지는 나중에야 그것을 알게 되었지. 그러자 불호령이 떨어졌단다.
"이런 고얀 놈! 나라를 위하는 일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 모두가 고생을 하고 있는데 나만 편하게 있으라고? 물론 이 아비를 위해서 그렇게 했겠지만, 그것은 도리어 나를 욕보이는 일이다. 나도 이 나라의 백성이다."
그 날부터 할아버지는 밥은 물론 물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지.
"온 백성들이 고생을 하고 있는데 음식은 무슨 음식이냐?"
마침내 한 달이 넘도록 아무 것도 입에 대지 않은 이 할아버지는 숨을 거두게 되었단다.
그런데 좀처럼 숨을 거두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기만 하더래. 옆에서 그 아들도 지켜보고 있었지. 그러자 마을 어른 한 분이 그 모습을 보고 아들에게 말하였지.
"아무래도 자네가 자리를 조금 피해야 어르신이 편히 숨을 거둘 수가 있을 것 같구나. 자네가 아버지의 이름을 빼버렸다고 아직도 자네를 꾸짖고 있는 것 같네."
"네, 알겠습니다."
아들이 잠깐 일어나 물러나 앉았대. 그러자 이 할아버지는 숨을 내 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는 구나.
"참으로 지조 곧으신 선비께서 하늘 나라로 가셨구나."
온 마을 사람들이 그 할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하였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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