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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기구 타고 두둥실 "세상이 내 아래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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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내 아래 있다"

기세등등하던 무더위도 서서히 꼬리를 내리고 있다. 처서가 지난 뒤 이젠 가을의 선선함이 무릇 기다려진다. 가을의 문턱에서 벌써부터 눈이 부시게 새파란 하늘이 떠오른다. 끝없이 높아지는 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저 하늘 속으로 날아가고 싶다는 충동이 누구나 한번쯤 생길 것이다.

열기구. 문득 머릿속을 스쳐갔다. 어렸을 때 그저 소설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나 그려봄직한 열기구. 하지만 다행히 가까운 경주에 가면 열기구를 체험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그렇다면 한번 타봐야 하지 않을까.

경주 보문단지로 향하자 저 멀리 커다란 풍선이 두둥실 떠있는 모습이 눈앞에 펼쳐졌다. "아, 저거였구나." 누구나 경주를 지나가면서 목격했을 열기구였다. 단순히 홍보용으로만 생각했는데…. 보문단지 내 '스카이월드'라는 이름을 내 건 곳이 열기구 체험장. 하지만 엄밀히 말해 열기구가 아닌 가스기구였다. 전문적인 용어로 '계류식 기구'란다. 헬륨가스가 가득 들어있는 풍선으로 떠있는 이곳 기구는 굵은 줄을 고정시켜 오르락내리락할 수 있는 방식이다.

조금은 아쉬움이 밀려왔다. '열기구를 타고 하늘을 두둥실 떠다닐 줄 알았는데.' 하지만 금동한 대표가 받아친다. "예전에 제주에서 신혼부부 상대로 열기구 운행을 했었죠. 하지만 바람만으로 날아가는 열기구는 보통 생각하는 것 같이 마음대로 이곳저곳을 날아다니질 못해요. 항상 착륙지가 달라 여러모로 불편했죠. 그런 단점을 보완한 것이 이곳 가스기구입니다."

금 대표는 "1년여 전부터 영업을 했는데 입소문을 통해 지금은 주말이면 최소한 30분 이상 기다려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가스기구를 보고 있노라면 그 규모에 놀란다. 지름이 22m. 하지만 가격을 듣고 한번 더 놀란다. 무려 12억. 가이드 말로는 프랑스 수입품인데 거품이 심하기 때문이란다. 직접 탑승을 해봤다. 처음 오르는 순간 꼭 비행기가 이륙할 때 느끼는 아찔함이 온몸을 감싼다. 탑승객 모두 자신도 모르게 보호봉을 꽉 잡는다. 하지만 공포도 잠시 스르르 오르는 동안 이내 산들 바람이 얼굴을 파고든다. 쾌적함과 함께 마음이 자연스레 평안해진다. 지상의 자동차들이 어느 순간 장난감이 되어있었다. 150m. 올라가던 가스기구가 머무는 높이다. 보문단지는 물론 저 멀리 보문호수와 토함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날씨가 좀 더 맑았다면 일품이었을 걸….

바람이 별로 심하지 않아 그저 하늘 위에 두둥실 떠 있는 느낌이다. 하지만 바람이 심한 날에는 기구가 마구 흔들려 머리카락이 곤두설 만큼 아찔하다고 한다. 같이 탄 사람들은 포즈를 취하며 디카 셔터를 열심히 눌러댄다. 위득규(35·대구시 수성구 중동) 씨는 "어지럽다."라고 짤막하게 답한다. 역시 경상도 사람이라 무뚝뚝한 건 어쩔 수 없다. 같이 탄 아이는 쿵쿵 뛰며 좋아서 어쩔 줄 모른다.

경치 감상과 함께 가이드의 나긋한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니 어느새 15분이 흘렀다. 이젠 내려갈 시간. 서서히 줄이 당겨지더니 지상이 점차 가까워온다. 지상에 바짝 다가서자 기구가 또 한번 요동친다. 뜻하지 않은 상황에 모두들 탄성이 터져나온다. 탑승대에 내리자 모두들 얼굴엔 함박웃음이 피어올랐다.

오전 9시~오후 7시 운행(단 바람이 15m/s 이상일 경우 영업하지 않음). 정원 15명. 4세 이하 무료, 어린이 8천 원, 청소년 1만 2천 원, 어른 1만 5천 원.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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