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헝가리-슬로바키아 감정싸움 양국 총리 가세

'견원지간'인 헝가리와 슬로바키아 간 감정 다툼이 헝가리 여학생 폭행 사건을 계기로 양국 총리까지 확산되고 있다.

극우 민족주의자인 얀 슬로타 슬로바키아 국민당(SNS) 총재의 헝가리인에 대한 차별적 발언이 법정 분쟁으로 이어지더니 이번에는 슬로바키아에서 헝가리 여성이 집단폭행을 당하면서 양국간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것.

악화된 양측 감정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25일 슬로바키아의 작은 마을에서 한 헝가리 여학생(23)이 슬로바키아 청년들로부터 집단 구타를 당한 사건이다.

휴대폰을 통해 헝가리어로 말하는 것을 들은 청년들은 그녀를 집단 폭행하고 티셔츠에 '헝가리인들을 다뉴브강 반대편으로 보내라'는 글을 남겼다.

쥬르차니 페렌츠 헝가리 총리는 다음날 곧바로 "슬로바키아에서 헝가리 소수민에 대한 잔악한 행위와 외국인 혐오증, 반(反) 헝가리 구호가 급증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헝가리 외교부는 28일 슬로바키아 대사를 초치, 사건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러나 슬로바키아 측은 헝가리 정부의 비난을 그냥 넘기지 않았다.

슬로바키아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헝가리 여학생에 대한 폭행에 유감을 표시하면서도 헝가리가 너무 흥분하고 있다며 양국 관계의 긴장을 해소하기 위해 협조해달라고 오히려 헝가리 정치 지도자들의 과잉반응을 지적했다.

성명은 이번 사건에 대한 헝가리인들의 과도한 지적과 부적절한 반응이 긴장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도 이번 사건과 같은 극단적 행동을 비난했지만 동시에 슬로바키아가 일련의 사건들에 대해 언제 어떻게 반응하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헝가리에 달린 문제가 아니라며 헝가리 정부의 반응을 우회적으로 공격했다. 지난 6월 이후 지속되고 있는 양국 간 갈등은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승리한 피코총리가 연정 구성 과정에서 극우 민족주의자인 얀 슬로타 총재의 슬로바키아 국민당(SNS)과 손잡은 것이 불씨가 됐다.

예전에도 헝가리인을 비롯해 소수민족들에 대한 독설(毒舌)로 악명이 높았던 슬로타 총재는 총선 직후 "슬로바키아 남부의 헝가리인들이 슬로바키아인들을 괴롭히고 있다"며 포문을 열었고 이후 양국 간에는 좋지 않은 일만 계속됐다. 슬로바키아 정계에서 헝가리 소수민족을 대변하고 있는 헝가리연합(SMK)과 헝가리 내 소수당인 헝가리지역당(MVPP)은 슬로타 총재를 슬로바키아 검찰에 고발했다.

또 슬로바키아 인터넷에는 헝가리 국기를 불태우는 장면이 실렸고, 헝가리 축구팬들은 '얀 슬로타는 죽어야 한다'는 현수막을 축구장에 내걸었다.

헝가리와 슬로바키아는 세계 1차대전 이후 50만명(전체 인구의 10%)에 달하는 슬로바키아 내 헝가리인들에 대한 차별 문제로 늘 갈등을 빚어왔으며, 슬로바키아 여당인 스메르당은 소수민족에 적대적인 슬로타 총재의 SNS를 연정 파트너로 선택한것에 대해 안팎으로 비난을 받고 있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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