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숨은 巨富' 독신 여교사의 조용한 일생

캐나다 토론토에서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며 평생을 검소하게 살다 지난해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뜬 로버타 랭트리라는 할머니가 숨지기 전 430만 달러의 거액을 환경보호단체에 기부한 사실이 알려져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 글로브 앤 메일 보도에 따르면 이같은 사실은 그의 유언집행자인 로버트 보든이 최근 '캐나다자연보호협회'(Nature Conservancy of Canada)에 "430만 달러 이상의 부동산을 기부한다'는 그의 유언을 전달하면서 밝혀졌다.

이 단체는 무분별한 개발을 막기 위해 환경적으로 민감한 땅을 미리 매입해 자연보호구역으로 만드는 일을 담당하고 있다. 그의 성금은 개인이 캐나다내 환경단체에 전달한 가장 큰 액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이나 대학에는 종종 거액기부 뉴스가 전해졌지만 환경단체는 지금까지 1백만 달러가 최고 기부액이었다.

성금의 액수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그렇게 얌전하고 검소하게 살던 여교사가 수백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거부인 것을 생전에 가장 가까이 지낸 사람들조차도 몰랐다는 것이 더 이웃을 놀라게 했다.

그는 토론토 동부의 1층짜리 작은 집에서 혼자 살았다. 16세부터 55년 동안 박봉의 교사생활을 한 그가 결혼한 적도 없고 자녀도 없고 거액의 유산을 물려받은 것도 아닌데 어떻게 거부가 됐는지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알려진 바 없다.

그의 유언집행자인 보든은 토론토 금융가의 증권거래인으로 근무하던 지난 73년에 처음으로 이 여교사를 만났다. 그는 당시로는 거액인 50만 달러를 건네주면서 관리를 부탁했다. 결국 이 종자돈이 증식된 것인데 보든은 랭트리의 총재산이 얼마에 이르렀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 여고사는 생전에도 곤경에 처한 많은 이웃을 숨어서 도왔다. 때로는 3천 달러, 2만5천 달러의 수표를 누군가로부터 받은 사람들이 그 돈을 그 검소한 이웃이 보냈다는 것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그의 옆집에 사는 친한 이웃이었던 어니드 크러쉬는 "랭트리는 자선모금 요구에 항상 즐거이 응했다. 내가 마을을 돌며 모금을 할 때 10달러를 받으면 운이 좋을 때 그는 300 달러의 수표를 써서 주곤 했다"며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곤 했다"고 말했다.

랭트리는 환경보호에 관심이 많아 1988년부터 자연보호협회에 매년 5천 달러나 1만 달러의 기부금을 내왔다. 협회에서는 기부자들에게 이런 저런 행사에 초대했는데 랭트리는 한번도 나서지 않았다. 한번은 협회에 전화를 걸어 "이런 편지를 자꾸 보내는 것은 낭비"라며 조용하게 일할 것을 권고한 적이 있다고 협회 관계자는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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