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 권의 책)샌드위치 백작과 악어 스테이크

인문계열 학과를 전공한 학부모라면 고교 시절 국사, 세계사, 인문지리, 국토지리 등의 과목 가운데 한둘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지겨워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교과서는 딱딱하게 구성돼 있고, 참고서에는 골치 아픈 외울거리들만 가득하고, 시험은 암기력 테스트라도 하듯 구석구석에 숨은 내용들만 골라 출제되고.

'이런 과목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한번쯤 아우성쳐 봤다면 자녀들의 책읽기에 조금 더 신경 쓰는 게 좋다. 어차피 이런 과목들 공부를 지금도 해야 한다면 조금이라도 덜 괴롭게, 조금이라도 더 재미있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책들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샌드위치 백작과 악어 스테이크'는 음식 이야기로 풀어나가는 세계사 책이다. 음식만큼 흥미로운 게 또 있을까. 우리 식탁에 흔히 오르는 음식들, 외식 하러 나가면 손쉽게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음식들 이야기를 읽으며 세계의 역사와 문화와 지리 등을 익힐 수 있다면 효과 만점이 아닐 수 없다.

하나만 보자. 우리가 자주 먹는 라면을 두고 일본과 중국이 서로 원조라고 주장하는 얘기를 들어 본 적이 있는가. 중국이 원조라는 주장에는 1937년 중·일전쟁 때 중국인들의 전시 비상식량인 건면을 일본 관동군이 갖고 돌아가면서 일본에 전해졌다는 역사가 담겼다. 일본 원조설에도 역사가 빠질 리 없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이후 미국이 밀가루를 무상으로 원조해 주었고, 빵을 만들어 국민들에게 나눠 줬다는 얘기, 빵만으로는 부족해 밀가루로 인스턴트 식품을 만들려 혼신의 힘을 쏟은 사업가 이야기까지 전후 일본의 상황을 쉽게 짐작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밖에도 피자, 카레라이스, 자장면, 소시지, 햄버거, 돈가스, 케첩 등 익숙한 음식들과 함께 세계의 역사와 문화 속으로 떠나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이들에게 선물로 사 주면 대부분 단숨에 읽어버릴 만큼 반응이 좋다는 평가도 들린다. 반찬 투정, 밥 투정 하느라 식사 때마다 난리를 피우는 아이에게 읽히면 음식을 새롭게 이해하는 계기도 될 듯하다.

읽기를 권하기에도 어려울 게 없다.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게임을 너무너무 좋아하던 영국 백작의 이름이었다는 사실 아니?" 하고 슬며시 건네면 벼락같이 낚아채지 않을까.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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