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를 낳는 새
유 하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했을 때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주었습니다
달콤한 과육의 시절이 끝나고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는
최후의 추락을 맞이하였습니다
바람이, 떨어진 새의 육신을 거두어 가는 동안
그의 몸 안에 남아 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었습니다
나무는 그렇듯
새가 낳은 자식이기도 한 것입니다
새떼가 날아갑니다
울창한 숲의 내세가 날아갑니다.
만물은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타자와의 관계 속에서 존재합니다. '찌르레기 한 마리 날아와/ 나무에게 키스'하는 순간, '나무는 새의 입 속에/ 산수유 열매를 넣어' 줍니다. 전혀 다른 세계를 살고 있는 두 존재가 순간적으로 관계를 맺습니다. 세월이 흘러 '어느 날 허공을 날던 새'와 '산수유 열매를 넣어' 주던 나무는 최후를 맞겠지요. 그러나 새의 '몸 안에 남아있던 산수유 씨앗들은/ 싹을 틔워 잎새 무성한 나무가'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나무'는 '새가 낳은 자식'인 것입니다. 전혀 관계없을 것 같던 '새'와 '나무'가 본질은 하나의 존재인 것입니다.
'나'가 소중한 존재라면 '나'를 있게 하는 '너' 또한 우주같이 소중한 존재입니다.
구석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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