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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미의 영화속 정신의학] 가을로(2006 김대승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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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미로운 음악과 아름다운 영상이 어우러진 이 영화는 사랑하는 사람이 이승을 떠났을 때 남은 자의 애도 과정을 그리고 있다. 가을 산을 오르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현우와 민주가 더 안타깝고 아름다운 이유는 인간의 유한성 때문이 아닐까. 영화 중간중간에 끼어드는 죽은 민주의 목소리와 영화배우 김지수(민주 역)의 애수가 심금을 울린다.

민주와 결혼을 앞둔 현우(유지태). 쇼핑을 가기로 약속한 1995년 6월 29일. 일이 끝나지 않은 현우는 혼자 가기 싫다고 기다리겠다던 민주의 등을 떠밀어 먼저 백화점으로 보낸다.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이었다. 뒤늦게 현우가 백화점 앞에 도착한 순간, 민주가 기다리고 있는 그 백화점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린다. '가을로'는 기억의 흔적을 따라 과거로의 기억여행을 떠나며 현우가 겪는 애도 과정을 엮어내고 있다.

존 볼비라는 학자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맞는 심리적 과정을 4단계로 설명했다. 어이없는 죽음의 충격으로 멍하고 무감각하여 도저히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현우는 민주의 음성 사서함에 대답 없는 메시지를 자꾸 남긴다. 이런 첫 단계의 심리는 대개 수일 동안 지속된다.

둘째는 갈구와 염원의 단계다. 가버린 사람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날 것만 같고,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고,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닮은 사람을 쫓아가기도 한다.

셋째 단계는 영원한 이별에 따른 고통을 겪는 사별(bereavement)의 단계다. 사별의 정을 이겨내는 왕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홀로 남겨진 것이 아프고 서럽고 부끄럽다. 인연의 끈을 놓지 못한 채 수년의 세월이 흘러가기도 한다.

넷째는 재조직의 단계로 죽음을 받아들이고 그녀가 없는 인생을 새롭게 보게 되고, 다른 사람에게서 의미를 발견하는 시기다. 현우는 민주가 남긴 다이어리를 따라 다녀온 여행에서 민주의 사랑과 영혼을 절절히 직면하면서, 드디어 아픔을 극복하고 밝은 얼굴로 일상에 복귀한다. 10년 만의 회복이다. 애도반응이 너무 심하거나 장기간 지속될 때는 정신과의사의 도움이 필요하다. 새 생명을 맞이하는 것이 큰일이듯, 떠나보내는 일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문제다.

마음과마음 정신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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