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황금돼지해

丙戌年(병술년) 한 해도 얼마 남지 않았다. 머지않아 새해 달력이 나올 때다. 시중 은행들은 예년보다 한 보름쯤 앞당겨 달력 배포에 나설 채비를 차리고 있다 한다. 초등학생 시절 새 교과서가 나오면 까닭 모르게 마음이 들떴던 것처럼 새해 달력도 왠지 마음 설레게 한다. 요즘이야 워낙 볼 것 많고 즐길 것 넘치는 세상이지만 과거엔 한 해가 기울 때쯤이면 신년 달력 구경하는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그 흔한 그림 한 장 없이 숫자만 커다랗게 인쇄된 달력은 멋이라곤 눈곱만치도 없었지만 음력이며 24절기가 세세히 표시돼 있어 음력에 익숙한 노인들이나 農家(농가)에는 필수품이었다. 天下絶景(천하절경) 또는 유명 화가의 작품이 든 달력은 그 자체로 훌륭한 인테리어 역할을 했다. 세계의 아름다운 도시들과 유적지는 해외여행이 드물던 시절 눈(目)여행의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영화배우들은 고운 한복차림으로 새해 인사를 했고, 보기 민망할 정도로 '야한' 모델 사진이 박힌 소주회사 달력은 남자들에게 최고 인기였다.

○…시대가 바뀌어 디지털 시대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전자달력보다는 여전히 아날로그식 달력을 선호한다. 때문에 새해 달력으로 어떤 것들이 인기 높은지를 알면 그해 우리 사회의 트렌드(trend)를 내다볼 수도 있다. 달력을 주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는 업계에 따르면 내년 경우'돼지'를 주제로 한 달력들이 인기 높을 전망이다.

○…내년 丁亥年(정해년)이 60년 만에 한 번 찾아오는 '황금돼지해'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일부 역술인들은 내년 '황금돼지해'의 경우 十干十二支(십간십이지)에 陰陽五行(음양오행)을 더해 따지기 때문에 무려 600년 만에 한 번꼴로 나타난다는 것. 그야말로 요즘 유행어로 '초절정' 황금돼지해다.

○…복권이니 로또 등 당첨자들은 입을 모아 "돼지꿈을 꾸었다"고 말한다. 하기에 '대박' 한 방에 목숨 걸다시피 하는 사람들은 寤寐不忘(오매불망) 돼지꿈 꾸기를 소원한다. 그런데 내년에는 그냥 돼지꿈도 아니고 한층 업그레이드시켜 황금돼지꿈을 꾸어야 할 판이다. 눈이 부시도록 번쩍번쩍 광채를 발하는…. 올 연말엔 난데없이 돼지그림 달력 쟁탈전이 벌어지지 않을는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황금돼지꿈'이 대체 어떤 걸까…?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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