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들려주는 옛 이야기) 스스로 터득해야 하느니

얘야, 도둑 이야기를 하려니 좀 뭣하다만 조선시대의 유명한 문신이자 화가이기도 했던 강희맹(姜希孟)이란 분은 아들을 가르치기 위해 여러 이야기를 서슴지 않았다는구나. 다음은 강희맹이 남긴 도둑 이야기란다.

옛날에 어느 곳에 이름난 도둑이 있었지. 이 도둑은 아들에게 자기의 기술을 모두 가르쳐 주었단다.

그러자 얼마 후, 아들은 자기의 재주가 아버지보다 낫다고 생각하고 아버지에게 자랑삼아 말했대.

"이제 저의 기술은 아버지에 비해 조금도 손색이 없습니다. 게다가 힘도 아버지보다 더 세니, 이제는 제가 으뜸입니다."

그러자 아비 도둑이 말했지.

"아직 멀었다. 지혜란 배워서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터득하는 데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러자 아들이 대들었지.

"도둑질에서는 재물을 얼마나 많이 훔치느냐가 중요합니다. 그런데 제가 훔친 것이 아버지가 훔친 것의 배가 됩니다."

"그래도 아직 멀었다. 위험에서 벗어나려면 스스로 터득한 지혜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들이 끝내 고개를 숙이지 않자 아버지는 이튿날 밤, 아들을 데리고 어느 부잣집 곳간으로 숨어 들어갔단다.

아들이 정신없이 보물을 챙기고 있을 때 아비 도둑은 밖에서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가버렸대. 그리고는 일부러 소리를 내어 주인이 나오도록 했지.

주인은 도둑이 든 줄을 알고 달려나와 곳간을 살펴보았지. 그러나 자물쇠가 그대로 잠겨 있는 것을 보고는 도로 들어가려 하였어. 그러자 아들 도둑은 얼른 손톱으로 곳간 문을 긁어대며 쥐 소리를 냈단다.

"곳간 속에 쥐가 든 모양이로구나. 그냥 두었다가는 물건을 망칠 터이니 쫓아내어야겠다."

주인이 다시 문을 열고 곳간으로 막 들어오려고 할 때였단다.

이때를 기다렸던 아들은 주인을 밀치며 잽싸게 뛰쳐나와 도망을 치기 시작했지. 놀란 주인은 머슴들과 함께 도둑을 뒤쫓았지. 다급해진 아들은 연못 옆으로 달려가 얼른 커다란 돌을 던지고는 나무 뒤에 숨었단다.

"도둑이 물에 빠졌다."

쫓아오던 사람들은 모두 연못을 에워싸고 도둑을 찾았지. 그 틈에 아들은 그곳을 빠져나올 수 있었단다.

집에 돌아온 아들은 아버지를 보고 원망했지.

"새나 짐승도 제 자식들을 돌볼 줄 아는데, 아버지는 제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그 지경에 빠지게 하셨습니까?"

그러자 아비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지.

"너는 네 힘으로 두 번이나 위기를 이겨내었다. 이제야 너는 비로소 도둑 노릇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너를 일부러 곤경에 빠뜨린 까닭은 네가 스스로 위험에서 벗어나도록 가르치기 위해서 였느니라."

그러자 이들 도둑은 아비 도둑에게 고개를 숙였단다.

어때, 도둑질이란 세상에서 매우 천하고 악한 짓이지만, 그것도 스스로 터득한 다음에야 비로소 세상에서 으뜸 가는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 아니겠니?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러하거늘 얘야, 너는 더욱 부지런히 배우고 익히기 바란다.

심후섭 아동문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