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포스텍(포항공대) 발전기금팀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어제 그쪽 계좌로 발전기금을 송금했는데 받았는지 확인차 연락해봤다."는 짤막한 내용을 남긴 채 전화는 이내 끊어졌다. 부랴부랴 통장을 확인해 본 손성익 팀장은 깜짝 놀랐다. 정말로 1억 원이 입금돼 있었다.
손 팀장은 통장에 찍힌 입금자 이름과 자신의 휴대전화에 남아있던 전화번호를 근거로 송금자가 조유현(63·포항 연일읍) 씨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손 팀장은 그러나 찾아간 조 씨로부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과 함께 "포스텍이 잘되기를 바라는 뜻에서 기금을 냈을 뿐이고 공치사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해 들었다.
이런 전말을 들은 박찬모 총장은 14일 조 씨를 대학으로 초청해 정중하게 인사하고 식사를 대접했다. 하지만 조 씨는 이날도 "그냥 전화나 한 통 하든지 조용히 불러서 손이나 한 번 잡아주면 되지 뭘 번거롭게…."라며 내내 부담스러워했다.
포항에서 30년째 세무사로 일하고 있는 조 씨는 거액 기부자답지 않은(?) '구두쇠'다. 집과 사무실을 버스로 출퇴근하고, 성가시다며 휴대전화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몇몇 시민단체를 대상으로 오랫동안 드러나지 않은 기부를 해왔다. 액수도 일반의 상상을 초월할 정도. 잠시 취미로 즐겼던 골프를 끊고, 골프에 들어갈 비용을 기부금으로 내고 있는 것도 벌써 수년째다.
그는 남은 재산도 기회가 되면 고향을 위해 쓰겠다는 계획이다. "이유요? 신세진 이들에게 보답하는 것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유산은 자식들에게 짐 되지 않을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그의 뜻을 아들 영대(34·세무사) 씨를 비롯해 가족들이 더욱 반긴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 서울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하룻밤 자고나면 재산이 1억 원 늘었다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그렇게 재산을 불린 분들에게 이런(기부) 식으로 돈을 쓰는 방법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줄 수나 있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msnet.co.kr
※포스텍에 1억 원을 기부하고도 "그냥 모른 척하고 넘어 갈 수 없겠느냐?"고 말하는 조유현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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