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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한국은 절망의 땅" 우즈벡에서 온 A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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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물렸다. 살겠다는 작은 몸부림이 엄마의 트고 갈라진 손 속에서 요동치고 있었다. 힘차게 젖을 빨던 아기 손 위로 엄마의 작은 눈물이 떨어졌다. 엄마는 아기를 더욱 꼭 안았다.

지난 7일 오후 대구의료원 분만실에서 만난 A씨(24)는 "아기가 아파. 아기가 아픈데 어떡하면 좋아요?"라며 어설프게 말했다. 태어난 지 겨우 일주일, 아기의 성염색체가 잘못돼 있었다. 담당의가 "정밀 검사 결과를 봐야 정확한 병명을 알 수 있다. 성급하게 판단하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 달라."며 달랬지만 며칠째 눈을 붙이지 못한 A씨는 차마 마주하기가 미안할 정도로 얼굴이 상해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중매업을 하던 남편을 만났지요. 저보다 15세 많지만 한국땅에서 행복하게 살자고 했어요.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그 말을 믿었는데···."

A씨는 모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남편에게 끌렸다고 했다. 간호사로 동생 셋을 돌보며 한 집안의 가장이었던 A씨는 "한국에서 간호사를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남편의 말을 믿었다. 동생들에게 더 많은 생활비를 줄 수 있다는 마음이 앞섰다. 자리만 잡으면 언젠가 꼭 동생들을 데려오고 싶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한 번 결혼한 사람이었어요. 12세 된 아들도 있었습니다. 시부모님과 함께 오순도순 살자는 얘기까지는 그래도 좋았는데···."

한국에서의 결혼 생활은 저의 상상과는 달리 허황된 꿈으로 변했습니다. 남편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됐습니다. 모든 게 다 거짓말뿐이었고요. 한국에서 2년을 보낸 A씨가 말이 서툰 이유를 금세 알 수 있었다. 말을 배우기도 전에 남편은 돌변했다. 경북의 한 시골마을에서 농사를 짓던 남편은 부업으로 결혼중매업을 했다.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는 날이면 술에 취해 주먹을 휘둘렀다. 시부모는 못본 체했고 오히려 "네 나라로 돌아가라."며 역정을 냈다.

"저 때문에 옛날 며느리가 돌아오지 않는 거랬어요. 외국인 며느리는 필요없다고 했지요. 그 사이 임신을 했고 시어머니는 꼴도 보기 싫은데 아이까지 덜컥 가졌다며 방문을 걸어잠그고요···." "아이를 없애든지 굶어 죽든지 하라."는 말까지 했습니다.

어느날 남편은 전처를 다시 만났고 그 앞에서 연방 줄담배를 피워댔다. "담배 싫어, 담배 싫어."라고 했을 땐 남편이 목을 움켜잡기도 했단다.

"그런데 남편이 2천만 원이 든 통장을 보여주며 그랬어요. 법적으로 이혼만 하면 우리나라로 같이 가서 레스토랑을 차려주겠다고요."

그 말에 속아 임신 8개월, 만삭의 몸으로 이혼당했다. 법정에서는 무조건 '예스'라고만 하라던 남편은 이혼한 그날로 돌아오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옷가지 몇 벌을 싼 가방을 현관 밖으로 던져버렸다. 애원도 소용없었다. A씨는 그렇게 대구의 한 인권상담소 쉼터로 오게 됐다.

그녀가 목숨보다 소중히 지켜낸 아이가 아프다. 스물네 시간, 긴긴 진통 끝에 제왕절개로 낳은 아기를 혼자 키워낼 자신이 없다. 행복을 위해 찾아온 낯선 땅에서 그녀는 잔뜩 절망에 빠져 있다. '이웃사랑'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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