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위조카드 현금인출, 은행이 책임져야"

지난 6월말 모 인터넷 쇼핑몰에서 건강식품을 주문한 오모씨. 결제를 위해 직접 찾아온 판매원에게 신용카드를 내줬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판매원이 휴대용 카드결제기로 오씨의 카드를 결제하면서 카드 정보를 복제해 위조카드를 만들었고, 이 카드로 현금자동입출금기(CD)에서 434만여원을 인출한 것.

이에 대해 오씨는 "비밀번호를 유출한 사실이 없으니 인출 금액에 대해서는 은행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은행은 "은행의 책임이 없는 사고이므로 책임질 수 없다."고 맞서 분쟁조정 절차가 시작됐다.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는 19일 위조카드로 자동출금기에서 돈이 빠져나갔다는 오모씨에 대해 비밀번호 유출 등의 중대 과실이 없었으므로 은행에 보상 책임이 있다고 결정했다. 다른 사람이 위조 카드를 이용해 결제계좌에서 현금을 인출하더라도 은행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결정이다.

이에따라 그동안 카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할 경우 물품구매나 현금서비스에 대한 보상외에 현금 인출에 대한 보상을 거부해왔던 은행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분쟁조정위원회는 "건강식품 구입 당시 결제를 위해 신용카드를 제공한 사실만으로는 비밀번호가 누설된 데 대해 오씨에게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비밀번호 누설에 따른 면책사유 입증책임은 은행에 있다."고 결정했다.

분쟁조정위원회는 특히 "지금까지 은행들은 현금인출은 신용카드 본래의 기능이 아니므로 현금인출 사고가 발생하면 카드 약관상 보상을 거절해 왔다."며 "그러나 현금인출도 카드 기능 중 하나로 이에 대한 피해도 보상해야 한다는 점을 인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그러나 "신용카드 위·변조에 있어 회원의 고의나 중대한 과실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은행으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없다."며 회원의 철저한 신용카드 관리를 당부했다.

이상곤기자 lees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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