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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꿈 나의 삶, 김수학] ⑤잡초에 얽힌 斷想(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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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이후,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는 U턴 물결이 일고 있었다. 그 중에는 "농사나 짓지"하며 농사일을 안이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없지 않았다.

옛 선비들처럼 「閑雲野鶴(한운야학)」을 벗 삼아 여생을 보내려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진정한 의미의 귀향이란 순리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옛 현인을 흉내내려는 위선적 작태나 마지못해 낙향하는 식이 아니라, 자신이 찾는 모든 것이 고향에 있다고 여겨질 때 비로소 사람은 흙과 친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농사일처럼 힘든 것이 또 있겠는가. 더구나 잡초와의 전쟁은 경험해보지 않고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감히 단언한다. 가끔 잡초를 두고 낭만을 꿈꾸는 사람들이 있으나, 농민에게 잡초와의 전쟁이란 처절하다. 잡초를 제거하지 않으면 농사일을 그르치게 되는 까닭이다.

흔히들 농사 잘 되고 못 되고는 잡초제거에 달려 있다는 말과 함께 小人(소인)을 부정적인 측면에서 잡초라 표현하기도 한다. 반면 잡초가 황폐화하는 땅을 피복하여 沙汰(사태)를 예방하며 식용 약제로도 쓰이고 가축을 비롯한 동물들의 주된 사료가 될 뿐 아니라 잡초와 같은 끈기를 배우라는 인간 정신계발의 교훈이 되기도 한다.

8, 9월의 무성한 잡목과 잡초 베기란 실로 힘겹다. 그간 거의 버려진 땅이라 뿌리에서 싹이 나와 군락을 형성하고, 가시 투성이인 산딸기를 비롯하여 칡넝쿨, 찔레나무, 싸리, 쑥, 자연번식한 은사시나무, 졸참나무, 아카시아, 참억새 등이 엉켜 나의 머리 위를 덮고 있다. 마치 자생식물 도감을 베껴 나열한 것 같기도 하나, 현지를 보지 않고는 실감하기 어렵다. 칡은 자연번성하여 지면이나 다른 나무를 왼쪽으로 감아 올라가며 피해를 준다. 땅 밑, 속속들이 뿌리내린 칡넝쿨은 시작과 끝이 어딘지 분간조차 어려울 정도로 엉켜 있다. 뿌리까지 파내려면 地心(지심)까지 굴삭하는 듯 힘드는 일을 겪어야 한다.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도 시들어 보이지 않는다. 한 손에 낫을 또 한 손엔 톱을 들은 나에게 '벨 테면 베어 보라'는 듯 비웃는 것 같아 적개심마저 느낀다. 칡이 황폐지, 절토면의 피복 등 국토와 자연을 보존하고, 수피는 갈포 제조용으로 쓰이며, 뿌리로는 약용 또는 전분을 만들고, 잎은 식용이나 사료로 쓰이는 등 인간 생활에 유용성이 있는 한편, '아무리 짓밟혀도 견뎌내는 잡초의 根基(근기)를 배우라'는 말처럼 잡초를 淵源(연원)으로 허약한 현대인의 삶의 구조적 결함을 깨우치게 하는 의미론에 무게를 두어 본다.

남산 아래 콩을 뿌렸더니 / 잡초만 성하고 콩싹은 드물다

새벽부터 나가 잡초 우거진 밭을 매고 / 달빛에 젖어 호미 메고 돌아온다

길은 좁고 초목이 무성하여 / 저녁 이슬이 옷을 적신다

옷 젖는 거야 아까울 게 없고 / 단지, 바라는 농사나 잘 되었으면

種豆南山下(종두남산하) 草盛豆苗稀(초성두묘희)

侵晨理荒穢(침신이황예) 帶月荷鋤歸(대월하서귀)

道狹草木長(도협초목장) 夕露沾我衣(석로첨아의)

衣沾不足惜(의첨부족석) 但使願無違(단사원무위)

陶淵明(도연명)의 경지는 흙 속에 묻혀보지 않고서는 알 수도, 쓸 수도 없다. 기품 있는 그 높은 시정을 감히 어찌 알겠는가마는 나로서는 다만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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