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치고 키스신 안 나오는 것을 찾기 어렵다.
불륜이든, 로맨스든 키스신이 안방에 출렁인다. 예전에는 극적인 장면에서 키스가 나오더니 이제는 주연이든, 조연이든 여차하면 키스로 인사하는 통에 민망스럽기 짝이 없다.
1991년 '여명의 눈동자'의 키스신을 기억하는 이들이 많을 것이다.
채시라와 최재성이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키스를 나누는데, 이별의 애틋함 보다는 솔직히 "아니, 무슨 이런 일이!"라는 놀라움이 더 컸다. 영화에서야 키스신이 다반사지만, 드라마로서는 그 당시 쇼킹했다. 우연히 그 장면을 인터넷에서 다시 봤는데, 그제야 절절함이 묻어났다. 키스는 그 어떤 말 보다 우선하는 힘이 있다.
최근 '키스 알바'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한다.
'키스 알바'란 키스를 매개로 돈을 받는 것을 말한다. 인터넷에서 불특정 남성을 만나, 10분당 5천원~1만원을 받고 택시 미터기처럼 시간을 재가며 키스를 한다. 시급 3천원인 아르바이트 보다 수입이 좋아 너도 나도 뛰어든다고 한다.
최근 인터넷 게시판에는 키스에 대한 글들이 많다. '사랑하는 여자에게 100% 키스하는 법' '키스 성공법' '키스하기 좋은 곳' '미인에게 1초안에 키스하는 법' 등 다양한 키스법이 나오고 있다. 키스신에 따라 시청률이 좌우되니, 드라마에도 키스가 넘쳐난다.
바야흐로 '키스의 홍수시대'이다.
윤락녀와 재벌가 남자의 사랑을 그린 영화 '프리티 우먼'. 길거리 여자 줄리아 로버츠가 리처드 기어에게 말한다. "어떻게 해 줄까요? 무엇이든 다 해줄 수 있어요. 그러나 키스만은 안돼요."
몸은 주지만, 키스는 안 된다는 것은 최소한의 자존심은 지키겠다는 말이다. 키스는 관능만 있는 것이 아니다. 존경과 우정도 있다.
영화 속 키스 명장면에 빠지지 않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클라크 케이블은 "당신을 기절시켜 주겠소. 당신이 그토록 갈망했던 키스가 이런 것 아니요?"라며 비비안 리의 입술을 훔친다. 열정의 키스이다.
'지상에서 영원으로'에서 버트 랭카스터와 데보라 카가 수용복 차림으로 바닷가에서 벌이는 격정적인 키스는 관능이고, '카사블랑카'에서 험프리 보가트가 잉그리드 버그만에게 "나는 당신과 키스한 순간 태어났고, 당신이 떠났을 때 죽었다"고 말하는 것은 그지없는 순수한 사랑의 결정이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에서 잉그리드 버그만이 게리 쿠퍼에게 "키스는 하고 싶지만 어떻게 하는건지 모르겠어요. 코는 어느 쪽으로 해야 하나요?"는 절박한 순간의 첫 사랑을 애절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 어느 것도 사랑을 매개로 하지 않은 키스는 없다.
시인 P. B. 셀리는 '태양이 대지를 껴안고 달빛은 대양에 키스한다. 그러나 이 모든 게 무슨 소용인가? 만약 당신이 내게 키스해주지 않는다면...'이라고 했다.
돈으로만 매개된 '키스의 미터기 시대'를 울리는 키스 찬양가이다.
김중기 문화부 차장 filmto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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