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털 패러디 지음/ 강미경 옮김/ 보누스 펴냄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E. H. 카는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자답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학자이자 고고학자인 이 책의 저자는 "역사는 쾌변(shite) 같은 것"이라고 정의한다. 해괴하고 엉뚱하게 들리겠지만 그의 역사 정의는 카와 같은 궤를 하고 있다. 배설을 위한 장 운동의 관점에서 볼 때 식욕에 내재된 우리의 욕구는 과거에 해당된다. 또 장 운동을 통해 배설된 이른바 '배변'은 미래에 해당한다. 결국 배변은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의 욕망을 투영해 볼 수 있는 또다른 리트머스 종이다.
이 책은 130억7천만 년의 초인류사를 자연사, 문화사, 생활사, 과학사로 분류한 뒤 어떤 규칙이나 원칙없이 철저하게 저자의 주관에 따라 키워드를 설정하고 이에 관한 재미있는 역사적 에피소드들을 '미셀러니(=신변잡기류의 수필)' 방식으로 소개한다. 역설과 풍자를 통한 지적 유희를 역사 분야에서도 충분히 향유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화장실-정보와 소식을 주고 받던 모임 장소', '올림픽-신들을 위한 나체 운동회' 등 흥미진진한 주제들이 펼쳐진다. 영국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른 것도 아마 바로 이런 재미 때문일 것이다. 344쪽, 1만 원.
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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