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체류기간 연장 등 각종 증빙서류를 대행해주는 행정사무소가 서류 구비나 작성에 서툰 국내 체류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외국인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심지어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인지세 등 일부 세금을 제외하고 무료로 서비스하는 각종 체류 등록·연장·자격 변경 등 업무를 대행하면서 비싼 대행료를 요구하거나 소액 수수료를 수 배, 수십 배까지 '뻥튀기'하는 등 악덕상술이 도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어떤 일이 벌어지나=지난달 28일 대구 동구 출입국관리사무소 입구. 인근 행정사무소 직원으로 보이는 5, 6명이 "복잡한 서류 절차를 대행해준다."며 명함을 돌리며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취재진이 인근 한 행정사무소를 찾아가 "지난해 친인척과 혼인한 조선족 아내(50)가 중국에 있는 딸(16)을 입양하려는데 어떻게 하면 되냐?"고 묻자 직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은 "국적 취득까지 도와주는데 수수료 60만 원을 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신의 친인척이 입양에 동의한다면 호적등본, 주민등록등본, 주민등록증, 도장, 처의 이혼증명서, 입양 딸의 신분증사본을 직접 가지고 오라."며 "사실 이 정도의 대행 수수료를 받아선 우리도 남는 게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동일한 내용으로 경비 및 절차를 확인한 결과 같은 서류만 구비하면 등록비 및 수입인지대로 '11만 원'이 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판치는 악덕상술=지난해 한국인 남성과 결혼한 조선족 A씨(50·여)는 대구의 한 행정사무소를 통해 중국에 남은 딸(26), 아들(22)을 데려오는데 180만 원을 썼다. "국적취득까지 가능하다는 말에 솔깃해 얼마든지 돈을 쓰겠다."며 돈을 건넨 A씨는 자녀들은 데리고 왔지만 아들은 국적취득에 실패했다. 그리고 아들은 만 20~25세에 걸려 비자연장(C2비자)이 되지 않았고 곧 쫓겨났다. 그러나 A씨는 자녀를 다시 데려올 때 피해를 볼까봐 항의조차 못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외국인들이 각종 정보에 약하고 한국말이 서툰 점을 이용해 교묘한 상술로 '바가지'를 씌우는 일부 사무소의 악덕상술이 도를 넘어섰다. 각종 자격요건에만 맞으면 심사과정을 거쳐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 것도 '국적취득 수수료'를 챙기고, 비자연장이 불가능한 무자격자도 가능한 것처럼 속여 수수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한 중국인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무료발급해 주는 한 장짜리 재외국민 국내거소신고서를 대신 작성해준다는 명목으로 10만 원이나 요구했다."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이에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도 친인척이 아님에도 친인척이 초청한 것처럼 꾸민 '위조서류' 수 십장을 확보해 형사고발, 과태료 등 처분을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속 안 되나=행정사무소는 단속의 '치외법권'으로 불릴 정도로 무법천지였다. 지난해부터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인근에 들어서기 시작한 외국인 대상 행정사무소는 6곳. 그러나 이 중 일부 사무소가 벌이는 폭리 횡포를 단속할 근거가 없어 피해가 고스란히 외국인들에게 돌아가고 있는 형편이다. 정해진 협정 수수료가 없어 '부르는 게 값'이 됐지만 해당 구청, 출입국관리사무소, 경찰도 단속 근거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대구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사무소 안에서 벌어지는 호객행위를 막는 정도 밖에는 이들을 제재할 권한이 없다."고 했고, 동구청 관계자도 "보건복지부에 행정사무소 문제에 대해 질의해보니 관공서는 현수막, 입간판 등 불법 광고물에 대한 철거 정도 외에는 단속권한이 없다는 회신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는 외국인들은 하루 평균 150명 정도지만 이곳 창구직원이 6명에 불과해 외국인들을 행정사무소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경태 대구외국인노동자상담소 소장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소액으로 얼마든지 가능한 각종 서류 작업을 대행해준다며 행정절차를 모르는 외국인들을 속이는 각종 상술, 비리가 판치고 있다."며 "출입국사무소도 잘못된 사무소 관행을 홍보해 피해를 막고 더욱 친절한 서비스로 외국인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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