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황금돼지

새해를 황금돼지해라고 한다.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기는 財物(재물)과 온갖 복을 타고난다고 출산 날짜를 이 해에 맞추려고 산부인과가 북새통이라고 한다. 200년 만에 찾아온 쌍춘년이라는 지난해 결혼해서, 살아 생전 다시 맞기 어려운 황금돼지해에 아기를 낳는다면 최상의 행운이다. 그러나 200년 쌍춘년과 마찬가지로 600년 황금돼지해도 과학적 근거는 물론 민속적 전통이 없어 아쉽다.

○…60甲子(갑자) 순환에 따라 새해는 丁亥年(정해년)이다. 정해년의 天干(천간)인 丁(정)은 불에 해당하고, 亥(해)는 五行(오행)상 물에 해당하며 12地支(지지) 중 돼지다. 불의 황금색이 정해년을 황금돼지해라 부를 수 있게 하는 유일한 근거다. 그러나 명리학에서 큰불은 丙(병)이고 丁(정)은 작은 불이다. 또 돼지 亥(해)는 12지지 중 마지막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지막이 주는 혼돈과 불안감이 팽배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불(丁)과 물(亥)이 만나서 좋을 수도 있지만 대체로 좋지 않은 쪽으로 이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해를 재물과 출세 등 복을 누리는 황금돼지해라고 이름 붙인 사람은 현명하다. 장사치의 상술이거나 소시민의 이기심으로 폄훼할 필요는 없다. 오죽 불황과 미래의 암울함에 허덕였으면 돼지에게 황금관을 씌워 다시 희망의 싹을 틔우고 싶었을까. 황금돼지에 거는 소박한 민심이 엿보인다.

○…예부터 돼지는 吉祥(길상)의 동물로 전해 내려왔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친근한 동물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돼지를 싫어한다. 지저분하고 미련하다고 천시한다. 돼지는 배설 장소와 누울 곳을 구분할 줄 아는 깨끗한 동물인데도 그렇다. 그러나 사람들은 산 돼지는 거부하면서, 우습게도 죽은 돼지는 유별나게 좋아한다. 특히 돼지 삼겹살은 우리나라 국민 최고의 기호 식품이다.

○…지난해 소비한 돼지 삼겹살만도 1인분 200g 기준 5억 명분에 이를 정도다. 무려 15개국에서 수입해 들여와도 모자란다. 죽은 돼지는 그렇게 죽기살기로 좋아하면서 왜 산 돼지는 그렇게 싫어할까. 삼겹살'족발에 고사용 돼지머리, 돼지 저금통까지 죽은 돼지만 찾는다. 지저분하게 살도록 만들어 놓고 원래 그렇다고 단정하는 사람들의 독재와 獨善(독선)에 올 한 해 돼지들이 얼마나 꿀꿀거릴지. 황금돼지가 그래도 사람들을 용서하고 이해하기를 기대해보자.

김재열 논설위원 soland@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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