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혹시 금융 까막눈?"…봉급생활자 자산 상담 확산

'금융 까막눈' 신세를 벗어나려는 봉급생활자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전투적 노동조합'으로 이름난 민주노총마저 금융 문맹 조합원들을 없애기 위해 자산운용 전문 컨설턴트와 협약을 맺고 있다.

더 이상 폭발적 임금상승을 기대할 수 없는 저성장 사회에다, 전통적 방법의 예금으로는 돈을 불릴 수 없는 저금리 시대. '똑똑한 금융 재테크만이 살 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는 이유다.

◆맞벌이 A씨 이야기

대구시내 초교교사 A씨(35)는 지난해말 난생 처음 연말결산을 해봤다. 지난해초 자산관리 상담을 받고 난 뒤 달라진 결과를 보기 위해서였다. 교사인 아내(32)를 둔 그는 내외간에 월평균 520만 원을 순수하게 벌었다. 하지만 별로 남는 것이 없었다. 자산관리 상담을 받은 이유.

지난해 초까지 그가 했던 금융투자는 채권형펀드에 2천만 원, 정기적금 월 100만 원, 교원공제회에 내외가 월 각 20만 원씩, 가족 보험료로 월 31만 원을 내는 것이었다. 수익은 채권형펀드에서 연간 100만 원, 장기주택마련저축에서 34만 원, 정기적금에서 20여만 원 등 154만 여원의 금융소득만 쥘 수 있었다.

그에게 자산관리 컨설턴트의 조언이 떨어졌다. ▷채권형 거치식펀드를 주식형 인덱스펀드로 바꾼 뒤 2천100만 원을 적립식으로 조정해 매달 일정액을 불입할 것 ▷정기적금 100만 원을 해약, 해외펀드에 80만 원을 넣고 10만원을 더 보태 월 30만 원을 비과세 혜택을 받는 신협 생계형 저축에 불입할 것 ▷아내의 교원공제회비 20만원 불입을 중단하고 개인연금저축에 넣을 것 등이었다.

그대로 따라한 A씨는 인덱스펀드에서 168만 원, 해외펀드에서 72만여 원, 신협 생계형저축에서 9만7천 원의 수익을 올렸고, 아내도 개인연금저축을 통한 소득공제혜택 20만 원을 받았다. 장기주택마련저축에서 올린 수익 34만 원까지 더하니 금융소득이 300만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생각을 바꿨더니 종전보다 꼭 2배 많은 금융소득이 나온 것이다.

◆외벌이 B씨 이야기

대구시내 한 중소기업 엔지니어인 B씨. 2식구를 거느린 그는 월평균 220만 원을 번다. 그 역시 도무지 남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자산관리상담을 받았고, 지난해 종전보다 월평균 10만 원 이상 더 많은 금융소득을 남겼다.

그는 종전까지 정기예금에 1천만 원, 장기주택마련저축에 월 20만 원, 정기적금에 월 20만 원, 보험료로 월 35만 원을 넣고 있었다. 정기예금에서 연간 33만4천 원, 장기주택마련저축에서 5만8천 원 정도, 정기적금에서 연간 3만8천여 원 해서, 모두 43만 원 정도를 연간 금융소득으로 남겼다.

자산관리상담에서 ▷정기예금을 신협 생계형저축으로 갈아태울 것 ▷적립식펀드에 월 50만 원 불입 ▷부동산펀드에 월 30만 원 불입 ▷연금저축 월 20만 원 불입 ▷장기주택마련저축 월 5만 원으로 축소 ▷보험료 17만 원으로 축소 등의 변경 조언을 들었다.

그대로 따랐다. 그랬더니 신협 생계형 저축에서 연간 52만 원, 적립식펀드에서 연간 117만 원, 부동산펀드에서 40만 9천 원 정도의 수익이 나왔다. 40여만 원에 불과했던 B씨의 금융소득이 200만 원을 훌쩍 넘긴 것이다.

◆전문가 얘기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와 협약을 맺고 지난해에만 연간 50여차례 민주노총 산하 사업장에 교육을 나갔던 위드자산관리 노경우 대표는 "자산관리는 더 이상 돈 많은 사람들만 하는 것이 아니다."며 "봉급생활자들도 이제 단돈 10원이라도 새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해야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에만 200여 명이 넘는 봉급생활자들이 자산관리상담을 받았다며 이제 재테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다.

노 대표는 "월급 타서 은행에 묻어놓으면 저금리 상황속에서는 이자소득세(15.4%)와 물가상승률(연평균 2%~3%)을 감안한다면 이자를 받았다해도 궁극적으로는 손해를 보는 것"이라며 "특히 봉급생활자들은 수입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보험료를 내거나, 엉뚱한 이자와 피할 수 있는 금융세금까지 무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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