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색깔 만들기' 지하상가는 변신중

4일 낮 대구 중구 반월당 지하공간인 메트로센터.

이날 옷을 사러 나왔던 김선영(31·여·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지하철 2호선에서 내리자마자 쉽게 '옷거리'를 찾았다. 김씨는 "반월당 지하공간이 처음 생길때만 해도 수백여 곳의 점포 특색이 없었는데 최근 들면서 각 거리별로 '특화 골목'이 자리잡았다."며 "골목별로 특색이 생기고 거리마다 특화된 이름까지 붙여놓으니 원하는 가게를 이내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하철 2호선 개통으로 대구에 본격적인 '지하공간 시대'가 열린 이후 '지하 상권의 변신과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기존 동성로 지하공간에다 반월당, 두류네거리 지하공간이 새로 추가된데다 2009년엔 범어네거리 지하 공간도 합세할 전망이다.

◆반월당

반월당 지하공간인 메트로센터. 최근 '영 존', '먹거리 천국' 등 테마거리를 알리는 현수막들이 나부끼기 시작했다. 현재 메트로센터에는 '영존', '휴대폰거리·포토존', '아동복 거리', '대구 유행1번지', '대구 패션1번지', '먹거리 천국' 등 모두 6곳의 테마 거리가 만들어져 있다. 테마거리 처음과 끝에는 테마거리 이름을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여성 핸드백 가게를 운영하는 오병학(45) 씨는 "예전엔 반월당 지하공간에 특색이 없다는 손님들 지적이 많았는데 이제 '어디에 가면 무엇이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힌 것 같다."며 "추운날씨 등 기후에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지하공간의 장점이 대구에서도 본격적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종훈 메트로센터상가번영회 회장도 "반월당 지하공간에 특화거리가 만들어지면서 개장 초기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던 메트로센터의 상가 입점율이 90%를 넘어섰다."며 "반월당 지하공간의 하루 유동인구가 20여만 명에 이르는 점을 감안할 때 앞으로 대구지하공간 최대의 상권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두류네거리

상대적으로 도심에서 다소 떨어진 두류네거리 지하공간은 '우회적 방법'으로 손님 끌기에 나섰다. 상가 입점률이 30% 정도로 저조한 이곳은 빈 공간이 많은 점을 활용, 최근의 '웰빙 열풍'을 이용해 운동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2005년 10월 탁구장을 마련했던 이 곳은 지난해 말에는 100여 평 규모의 프리테니스장을 만들었다. 인근에 두류공원이 있어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

박경수 두류지하상가 임대사업소 소장은 "하루종일 지하공간에 운동객들이 북적인다."며 "'그 곳에 가면 재미가 있다'는 소문이 번지면서 유동인구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프리테니스장이 생긴 이후로 매일 이곳을 찾는다는 주부 이옥숙(48·여·대구 달서구 두류2동)씨는 "지하상가에 이렇게 체육시설을 마련한 곳이 흔치 않다."면서 "특히 요즘같이 추울 때나 비올 때는 이만큼 좋은 운동공간이 없다."고 좋아했다.

운동족들이 늘면서 인근 상가들도 반색하고 있다. 여성옷 가게를 운영하는 곽미옥(34·여)씨는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옷을 사가거나 인근 음식점에서 식사를 해결하는 등 이 곳에서 지갑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동성로

지하철2호선 개통전까지 유일한 대구 지하공간이었던 동성로 '프리몰'도 업종 조정에 열을 올리고 있다. 동성로에 '더 락'과 '파티' 등 복합상가가 생기면 젊은이들이 더욱 늘 것에 대비, 젊은이들이 선호하는 업종으로 입점을 유도하고 있는 것.

관리사무소 측은 분수대 광장 주변에 편의점이나 커피전문점, 아이스크림점 등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안형길 대현실업(주) 관리팀장은 "예전엔 분수대 광장 주변에 업종 제한을 해 음식점이 못 들어왔지만 지난해 9월부터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신세대 음식점들을 많이 들어오게끔 신경쓰고 있다."고 했다.

다음달부터는 사은 행사 등 다양한 이벤트도 쏟아놓을 계획. 프리몰은 대구 제일의 '영타운'으로 만든다는 전략이다.

한편 2009년 완공 예정인 범어네거리 지하상가도 '대구 최고의 부자동네'라고 일컬어지는 수성구의 입지 요건이 고려돼 새로운 명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지하공간끼리의 전쟁은 더욱 불을 뿜을 전망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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