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급조한 청사진은 무용지물 되기 십상

대구시와 경북도가 이제 꿈을 깨는 모양이다. 그런데 아직 非夢似夢(비몽사몽) 상태로 보여 위태하다. 초대형 지역 발전 프로젝트의 필요성을 느낀 것은 늦어도 한참 늦었지만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올 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프로젝트를 급조하는 인상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급하다고 바늘을 허리에 매 쓰려다간 죽도 밥도 안 된다.

무릇 계획이란 周到綿密(주도면밀)해야 한다.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을 감안한 계획을 세워도 늘 돌발변수는 생기게 마련이고 계획대로 추진되는 경우도 드물다. 따라서 초기 계획이 아무리 精緻(정치)하더라도 계속 점검하고 수정'보완할 필요가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대통령선거 국면에서 초대형 지역 발전 프로젝트를 내놓고 각 후보 진영에 요구하면 쉽게 수용될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나 너무나 순진한 발상이다.

급조한 프로젝트의 완성도가 엉성하면 남우세만 당하고 퇴짜를 맞기 십상이다. 운다고 무조건 젖 주는 시대도 아니다. 지역 개발 청사진을 각 후보 진영에 요구할 지방자치단체가 대구시와 경북도뿐이면 계획이 치밀하지 못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대통령선거만 기다리며 울려고 준비하는 지자체가 수두룩하다. 따라서 허투루 세운 계획은 손발만 바쁘게 할 뿐이다.

迂餘曲折(우여곡절) 끝에 초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더라도 그 프로젝트를 감당할 만한 우수 인력과 소프트웨어를 준비하지 못하면 돼지우리에 주석 자물통을 채우는 꼴이 된다. '김대중 정부의 선물'이었던 '밀라노 프로젝트'가 대표적 사례다. 속된 말로 가방 크다고 공부 잘하는 게 아니지 않은가. 큰 가방을 마련하고 가방에 넣을 책과 '공부할 학생'까지 준비시켜야 하는 것이 대구'경북이 처한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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