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권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상품 가운데 단연 인기를 끄는 것이 펀드다. 그 가운데는 '우리 아이 부자 만들기 펀드'처럼 어릴 때부터 금융에 대한 지식을 심어준다는 명분을 내건 어린이들을 위한 펀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금융 상품들이 얼마나 교육적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힘들다.
우리나라의 어린이 대상 금융 상품은 부모가 가입하고 아이들은 그 상품의 부가 서비스인 경제 교육을 받는 기회를 갖는 형태가 많다. 이런 형태의 경제교육으로 아이들에게 경제적 마인드가 생기기를 기대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다.
펀드 열풍으로 많은 가정에서 한두 개의 펀드에 가입하는 추세라고 하지만 부모들조차 자신이 가입한 펀드가 어떻게 운용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지 못하는 게 보통이다. 한 달에 한 번씩 자신이 가입한 펀드의 운용 성과를 볼 수 있지만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어린이 펀드라고 해서 이런 상황이 달라질 수 없다.
미국의 경우 이러한 가정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 다양한 상품이 존재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한계가 크다. 이럴 때는 무작정 펀드에 가입하는 것보다 펀드에 대해 좀 더 공부를 해 보는 것이 좋다. 투자의 최종 책임은 어차피 투자자가 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아이들에게도 미리 투자의 개념과 원리에 대해 이해시키는 장을 만들어 보자.
이를 위해 쉽게 해 볼 수 있는 것이 가족 펀드 만들기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다. 가족 구성원들이 모여서 자신이 한 달에 소비하는 용돈 중에서 일부를 투자하는 방식으로 만들면 된다. 실제로 돈을 모으기가 어렵다면 가상으로 만들어도 좋다.
이 펀드는 가정의 재테크를 위한 것이 아니므로 투자 금액을 무리하게 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매달 자신의 용돈 가운데 일부를 투자 금액으로 정했다면 그 다음에는 각자가 원하는 상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어디에 투자할지 의견을 모은다. 주식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떤 회사에 투자할지 함께 고민해 보자. 투자할 회사와 투자할 금액을 정해 실제 투자를 하고 나면 생활에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선 가족구성원 모두의 공통화제가 생긴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주식이 오르는지 내리는지,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다 보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자연스레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고, 신문을 열심히 읽게 된다. 요즘 논술 대비를 위해 강조되는 신문 읽기를 유도할 수 있는 촉매가 되는 셈이다.
올해는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국내외적으로 많은 일들이 생길 전망이다. 이런 시기에 가정마다 가족펀드를 만들어서 가족의 동질감도 느끼고 급박하게 변화하는 경제와 사회에 대해서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고 의논하는 새 풍속도를 만들 수 있다면 참으로 좋을 것이다.
김준혁(경제교육 컨설턴트)
# 가족펀드 만들기 유의 사항
1. 투자 금액을 무리하게 정하면 안 된다.=이 펀드는 돈을 벌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가족이 함께 경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이므로 각자의 용돈 중 일부분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 가족펀드매니저를 정한다.=한 달 또는 두 달 정도 시간을 정하고 가족구성원 중 투자를 결정하는 사람을 정하는 것이다. 나머지 구성원들은 최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투자 결정권자의 의견을 존중해 준다. 이렇게 운용을 하게 되면 아이들도 펀드의 운용 결정권자가 될 수 있기에 어릴 때부터 의사결정을 할 때 심사숙고하는 습관을 들여줄 수 있다.
3. 운용성과에 대해 함께 고민한다.=매주 또는 매달 투자에 대해서 가족이 함께 의논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는 정답이 없으므로 항상 아이들과 함께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아이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는 것이 아이들의 사고를 키우는 중요 요소가 된다.
4.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돈을 벌기 위해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므로 결과보다는 왜 우리가 이러한 성과를 내게 되었는지를 고민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이렇게 함께 고민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가족구성원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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