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교육계의 화두는 단연 논술이다. 정부에서도 '논술'이라는 명칭만 붙으면 예산을 팍팍 밀어준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고등학생은 물론 초등학생까지, 각자의 목표는 다르지만 어떻게 하면 논술을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교사나 학부모 그리고 사교육 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까지 '논술'에 대한 목표는 다르지만 관심은 다르지 않다.
논술 관련 업무를 맡고 있어서 그런지 어떻게 대비하면 좋을지에 대해 물어오는 학부모가 더러 있다. 늘 가장 기본적인 세 가지 정도를 말씀드린다.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자신의 생각을 있는 그대로 쓸 수 있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다양한 영역의 지식을 배우고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 이야기를 들은 학부모들은 거의 대부분 가정에서 '텔레비전 그만 보고 책 좀 읽어라'고 나무라는 일부터 시작한다. 그보다 세련된 부모는 '책 좀 보면 어떨까', '책을 봐야 논술을 잘 할 수 있다고 하던데' 하고 은근히 권유하는 형식으로 압박을 가하기도 한다.
그런데, 학부모 가운데 자녀와 함께 학습할 준비가 되어 있거나, 솔선하여 분위기를 조성할 태도를 가진 분은 많지 않다. 논술은 물론 교육 활동의 모든 분야가 가정에서 어떤 분위기를 조성해주느냐, 학부모가 얼마나 많은 부분에 함께 관심을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래서 거실에서 논술 싹을 틔우는 윤 선생네를 소개하려고 한다. 윤 선생은 삼심 대 후반의 평범한 교사다. 세 자녀를 낳아 열심히 기르고 있는 고등학교 교사다. 함께 교편을 잡고 있는 부인 덕에 아이를 돌봐야 할 때가 많은 사람이기도 하다. 다만, 일찍이 회사 생활을 하면서 교육, 특히 가정 교육의 중요성을 깨달았으며, 늦게 교직에 들어와 그것을 실천하려고 애쓰는 사람이라는 점이 다를 뿐이다.
얼마 전 윤 선생은 거실의 텔레비전과 소파를 치워버렸다. 대신 거실 벽면을 책장으로 채워 놓았다. 그리고 거실 가운데 독서대를 놓아 모든 식구가 함께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했다. 책장은 아이의 손이 닿는 곳을 기준으로 연령과 흥미에 맞는 책을 배열해 두었다. 신문 걸이대도 설치했다.
그랬더니 처음에는 어색해하던 아이들이 점차 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가족간의 대화에 책에 관한 내용이 등장한다. 신문도 훑어보게 되었다. '아이들이 놀 것이 없다. 그래서 책이랑 놀 수밖에'. 윤 선생이 미니홈피 사진 설명에 쓴 말이다.
앞으로 윤 선생은 커다란 사전을 펼쳐 놓을 수 있는 받침대를 하나 마련할 계획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분명 이 거실에서 튼튼하고 싱싱한 논술 싹이 틀 것이다. 윤 선생은 미니홈피(www.cyworld.com_tank_)에 이렇게 썼다. '부모가 되어서 물려줄 변변한 재산 하나 없기에, 책이나 많이 읽으라고'
박정곤(대구시 교육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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