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나쁜 대통령' 발언 정치권 논란

"참 나쁜 대통령이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가 지난 9일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에 관한 대 국민 담화를 TV로 시청하면서 말한 짧은 촌평('나쁜 대통령' 발언)이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은 즉각 반발하며 "진짜 나쁜 대통령은 박 전 대표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이라고 화살을 돌려세웠다.

노 대통령은 10일 3부(입법·사법·행정) 요인 및 중앙선거관리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나쁜 대통령은 자기를 위해 개헌하는 대통령"이라며 "이번 개헌은 차기 대통령을 위한 개헌"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열린우리당 우상호 대변인도 "3선 개헌을 무리하게 추진했거나 장기 집권을 위해 유신헌법을 제정한 사람이 나쁜 사람"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언급했다.

이에 대해 박 전 대표 측은 "박 전 대표가 이런 파장을 예상하고 한 발언은 아니라 자연스레 반응하며 나온 얘기"라며 "재반박할 가치는 없으며 좋은 대통령이란 국민과 민생을 생각하는 어진 임금이라는 걸 잊지말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국민들에게 뭔가 확 다가갔다."며 옹호하고 나섰다. 심재철 홍보기획본부장은 "구어체로 표현이 단순한 것 같으면서도 재집권을 위한 정략적 개헌을 노린 노 대통령의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황석근 부대변인도 "그럼 국민에게 고통을 주는 대통령이 나쁜 대통령이지 좋은 대통령이냐?"고 반문했다.

전국 각 언론을 비롯해 인터넷에서도 '나쁜 대통령' 발언은 논란이 확대됐다. 포털사이트, 각 개인 카페, 블로그 등에는 '역대 가장 나쁜 대통령은 누가였는가?', '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대통령은 누구였을까?' 등 나쁜 대통령을 뽑는 투표까지 진행되고 있다.

또 네티즌 사이에선 나쁜 대통령 공방이 확연하게 갈렸다. 한 네티즌은 "박 전 대표의 부친이 대통령하던 시절에 그런 말을 했다면 국가원수모독죄로 구치소 신세를 졌을 것"이라고 자극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또다른 네티즌은 "천진난만한 아이들이 자주 쓰는 '참 나쁘다'는 이 말에 전 국민이 공감했으며, 노 대통령은 '움찔'했을 것"이라며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이라고 극찬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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