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APT경비원 최저임금제 적용후…해고만이 능사인가?

근로단축-채용유지 '상생묘수' 찾아

지난 1일부터 경비원들에게도 최저임금이 적용된 이후 아파트마다 무인시스템 도입에 따른 경비원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고, 무인시스템 대신 단 몇시간이라도 경비원을 쉬게 해 임금 부담을 줄이려는 아파트들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또 한편에서는 관리비 인상을 감내하면서 별다른 구조조정 없이 바뀐 최저임금을 그대로 적용해 경비원들을 계속 채용하는 아파트 주민들도 적지 않다.

대구 수성구 범물동 S아파트는 지난해 말부터 13개 경비 초소를 없애고 1개 통합 초소에 CCTV 모니터 등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공사에 들어갔다. 28명에서 8명으로 인력을 줄인 뒤 4명은 격일제 통합초소 경비원, 나머지 4명은 주간에만 재활용품 및 아파트 청소에 활용할 계획. 이곳 관리사무소는 "무인시스템 설치에 4억 원을 들였지만 3년간 가구당 관리비는 오히려 월 5천 원 정도 줄고 3년 뒤부터는 50% 가까이 더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25일부터 대구 주택관리사협회 홈페이지에 이 같은 통합초소 무인시스템 입찰공고를 낸 아파트 단지는 33개 단지. 평균 10개 초소, 20명의 아파트 경비원들이 무더기 실직 사태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아파트 관리사무소장들은 "경비원 최저임금 인상으로 월 수천 만원에서 연간 수억 원의 추가 부담이 발생한다."며 "주민 관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모든 아파트들이 무인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아니다. 경비원 숫자가 많지 않거나 무인시스템의 잦은 고장을 우려하는 아파트 단지들은 경비원 근로시간을 조정, 최저임금 인상에 대처하고 있다. 북구 태전동 S아파트는 이달부터 모든 경비원들에게 하루 5시간씩 휴식 시간을 주고 있다. 점심, 저녁 각 1시간과 기본급의 1.5배를 줘야 하는 야간 3시간을 경비원 휴식 시간으로 잡은 것.

수성구 시지 D아파트는 모든 경비원들에게 휴식시간을 주는 대신 경비원 한 명당 근로시간을 매달 12시간씩 줄이고 있다. 수당이 비싼 야간에는 전체 12개 초소 가운데 1개 초소를 매일 비워 놓고 옆 라인 경비원들이 번갈아 2개 초소를 맡고 있는 것. 이곳 관리사무소들은 "아파트마다 방식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옛 수준과 비슷한 임금을 지급하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귀띔했다.

노동부에 따르면 바뀐 최저임금의 24시간 격일제 경비원 월 기본급(야간수당 포함)은 103만 원 선이지만 5시간(주간 2시간 야간 3시간 기준)과 7시간(주간 2시간 야간 5시간 기준)을 쉬게 하면 각각 79만 원과 68만 원선까지 임금 수준이 떨어진다.

한편 경비원 구조조정이나 근로시간 조정 없이 옛 체계를 고집하는 아파트들도 적잖다. 관리비는 다소 오르지만 주민들의 안전과 경비원 복지에 더 신경을 쓰기 위한 것. 실제 대구 주택관리사협회 홈페이지의 경비원 용역업체 선정 공고에서 모두 12개 아파트가 옛 방식을 그대로 고집했다. 입주자대표 회의 끝에 관리비 인상을 감내하기로 결정한 달서구 상인동 B아파트 관리사무소는 "주민들은 가구당 월 관리비가 평균 1만 600 원 오르지만 전적으로 무인시스템에 의지하거나 경비원 근로시간까지 줄일 생각은 없다."고 했다.

이와 관련, 대구 아파트 주택관리사들은 "아파트 경비원들이 대량 실직되고, 근로조건 조정에 따라 실제 임금도 그대로인 이유는 무턱대고 최저임금부터 도입한 정부의 실책"이라며 "최저임금이 앞으로도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제라도 지자체와 정부가 경비원 임금 보조 제도 같은 관련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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