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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글이 흐르는 풍경) 소통으로 상생하는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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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미다스 왕의 황금 손' 이야기가 있습니다. 세상에서 으뜸가는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었던 프리기아 왕 미다스는 술과 풍요의 신인 디오니소스의 양부이자 스승인 실레노스를 극진히 대접하고 그 대가로 디오니소스로부터 '손만 대면 모든 것이 황금으로 변하는' 마술적 힘을 얻게 됩니다. 그런데 식사를 하려는 순간 손에 닿는 음식들이 모두 황금으로 변하여 도대체 아무 것도 먹을 수 없을 뿐 아니라 무심코 손을 잡은, 하나뿐인 딸까지 황금으로 변해버리자 그는 곧 그 마술적 힘이 불행의 근원임을 깨닫게 되지요.

박이문 교수는 '행복한 허무주의자의 열정'이라는 책에서 '인간에 있어서 언어란 황금에 대한 탐욕에 사로잡힌 미다스왕의 손과 같다.'라고 했습니다. 언어는 존재의 진리를 밝히는 횃불이지만 그와 동시에 그것은 필연적으로 존재를 왜곡하는 폭력이라는 거지요. 이는, 어떠한 언어적 표상도 그 언어가 지칭하는 대상의 지각적 실체가 될 수 없는 언어의 숙명 때문이겠지요.

세상이 망하려면 먼저 말부터 망한다고 합니다. 말이 망한다는 말은, 사람들이 말을 '존재의 진리를 밝히고 상생의 지평을 열어가는 도구'로써가 아니라 '존재를 왜곡하고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도록 주도하기 위한 폭력'으로 사용하는 상태를 이릅니다. 그런데 이 왜곡과 폭력의 언어는 대개 그 표현 기교가 매우 뛰어나 진솔하게 들릴 뿐 아니라 대부분 막강한 권력과 자본의 입술에서 발언되기에 소시민의 일상에 높은 파고를 일으키기 십상입니다.

오늘도 변함없이 빅뉴스들이 마구 날아다닙니다. 일간지의 큰 활자 속에서 또는 저녁 9시 뉴스시간에 TV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말들, 말들, 그 말들이 진짜 거짓말인지 거짓말처럼 들리지만 정말 참말인지, 속지 않으려면 의심해야 하고 의심하려면 의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하는데, 철학이 가난하고 공부 또한 빈곤한 일개 서생으로서는 '모래야, 난 얼마나 작으냐?' 세상사에 귀 기울이는 자체가 참으로 곤혹스럽기만 합니다.

새해에는 이 지상에서, 탐욕의 붉은 혓바닥이 뱉어내는 거짓과 폭력의 언어는 가고, 빨래하여 맑은 햇볕에 내걸어놓은 새하얀 기저귀처럼 진솔한 언어가 아름답게 펄럭였으면 합니다. 사랑의 언어로 서로 어루만져주며 서로의 생명을 북돋우는 삶 판이 전개되면 참 좋겠습니다. 이런 행복을 희망하며 박세현의 시 '행복'을 읽어봅니다. '오늘 뉴스를 말씀드리겠습니다/오늘 뉴스 없습니다//우리나라 국영방송의 초창기 일화다/나는 그 시대에 감히/행복이란 말을 적어 넣는다.'

김동국(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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