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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최석하 作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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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최석하

비록 똥쉬파리가 아닐지라도 사람 똥 한두 번

빨아묵어본 파리라면 다 알 거야

사람이라 허는 게 얼마나 더럽고 썩었는지를

사람들은 뭐든 잘 처먹지 입은 작아도 손이 크니까

사람들은 소문을 너무 좋아해 세상을 너무너무 모르니까

남자들은 잘 끌려다닐 거야 싹수없이 넥타이를 매어서

여자들은 잘 헤매고 다닐 거야 다리 새가 짝 찢어져서

우리는 사람들한테 날개가 왜 없는지 안다 꿈이 없으니까

사람들한테 앞다리가 왜 없는지 안다

처음부터 잘난 척 쳐들어댔으니까

똥 누면서 심각한 표정 짓는 건 아마 사람밖에 없을 거야

하여간에 우리는 더럽고 치사한 사람들이 필요하다

대량학살이 필요하니까 대량으로.

맵다. 소한, 대한 날씨처럼 매몰차다. 전갈처럼 독기를 품고 있다. 이런 시는 되도록 멀찌감치 떼어놓고 다루어야 한다. 자칫 살점이 떨어질 수 있으니까. 모름지기 풍자는 비수를 웃음 속에 묻는 것. 낄낄, 끌끌, 생각 없이 웃는 동안 서슬 푸른 칼날은 어느새 목울대에 닿아있다. 눈 부릅떠야 할 순간마다 질끈 눈 감아버린 소시민적 순응주의. 무엇보다 꿈을 잃어버린 죄. 매운 독설을 고스란히 내 몫으로 받아들고 돌아서면 비로소 보인다. 우아한 검정 비로드의 날개 달린 천사들. 누가 함부로 구더기를 비웃는가, 날개도 없이. 그나저나 80년대까지 모질게 독설 풀어놓다가 대체 어디로 가셨어요, 시인님.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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