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유안진 作 '간고등어 한 손'

간고등어 한 손

유안진

아무리 신선한 어물전이라도

한물간 비린내가 먼저 마중 나온다

한물간 생은 서로를 느껴 알지

죽은 자의 세상도 물간 비린내는 풍기게 마련

한마리씩 줄 지은 꽁치 곁에 짝지어 누운 간고등어

껴안고 껴안긴 채 아무렇지도 않다

오랜 세월을 서로가 이별을 염려해온 듯

쩔어든 불안이 배어 올라가 푸르러야 할 등줄기까지 뇌오랗다

변색될수록 맛들여져 간간 짭조롬 제 맛 난다니

함께한 세월이 길수록 풋내 나던 비린 생은

서로를 길들여 한가지로 맛나는가

안동 간고등어요

안동은 가본 적 없어도 편안 안(安)자에 끌리는지

때로는 변색도 희망도 되는지

등푸른 시절부터 서로에게 맞추다가 뇌오랗게 변색되면

둘이서도 둘인 줄 모르는

한 손으로 팔리는 간고등어 한쌍을 골라든

은발 내외 뒤에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반백의 주부들.

간고등어 '간'자가 물'간' 고등어의 '간'자라고? 믿거나말거나 내 알바 아니지만, 물간 고등어 "한물간 비린내"가 "간간 짭조롬 제 맛"을 만들어내는 것은 분명한 사실. 세계 2위 이혼율의 한국의 젊은 부부여, "풋내 나던 비린 생은"은 너무 위험해. 퍼들퍼들 살아 소리치는 퍼런 배추도 왕소금 맞고 풀죽어야 김치가 될 수 있을 터. "등푸른 시절"부터 서로에게 맞추는 동안 "뇌오랗게"('노랗게'가 아니다!) 쩔어든 속내평이 "간간 짭조롬 제 맛"을 낼 수 있다고. "함께한 세월이" 길면 길수록 삶은 깊은 맛 낼 수 있다고. 그래서 고등어는 한 마리씩 파는 것이 아니라 한 손으로 파는구나. 고등어 한 손 사들고 나란히 걸어가는 저 은발 내외의 뒷모습, "편안 안(安)자"에 들었구나.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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