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12월 大望과 1조달러 大望

1907년, 1977년, 1987년, 1997년 그리고 2007년!

지난 2006년 병술년은 쌍춘년이어서, 올 2007년 정해년은 600년 만에 맞는 '황금돼지 해'라고 해서 사람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호들갑 때문인지, 아니면 세상이 뒤숭숭한 탓인지 2007년 새해가 갖는 의미있는 역사 속 일들은 묻혀지고 있다.

올해는, 일제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조선의 민초들이 술담배를 끊거나 머리카락까지 잘라 팔아 돈을 모았던 국채보상운동(1907년)이 시작된 지 100주년 되는 해이다. 더구나 이 운동은 대구에서 시작돼 요원의 불길처럼 번졌던 범국민적 운동이었다.

또 올해는, 수천 년 이 나라 백성들을 짓눌러 왔던 가난과 배고픔에서 벗어나고자 하나같이매달려 '수출 100억 달러 돌파'(1977년)라는 대기록을 달성한지 30주년이 되는 해다. 이 대기록은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기치 아래 국민 모두가 허리 띠를 졸라매고 피땀을 흘린 결과물이자 '1만 달러 국민소득, 마이카 시대'로 진입케 한 기폭제가 됐다.

아울러 2007년은, 매캐한 최루가스 속에 이 땅의 이름없는 민중들이 그토록 갈망했던 '민주화'를 탄생시킨, 6·10 민주화 항쟁 2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이 덕분에 우리는 지금 대통령을 우리 손으로 직접 뽑는 기쁨을 누리고 있다.

그리고 올해 정해년은, 고속 압축성장과 거품경제의 환상에 빠져 '너무 일찍 삼페인을 터뜨리는' 바람에 수많은 국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고 길거리로 내몰렸던 IMF외환위기(1997년)가 발생한지 10주년 되는 해다. 이 IMF는 곧 제 2의 국채보상운동인 '금모으기 운동'이라는 감동 드라마를 연출, 전 세계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올해는 이처럼 잊지 말아야 할 역사속 의미있는 기록들이 많다. 특히 12월이면 6·10민주화 항쟁 이후 다섯 번째로 대통령을 직접 뽑게 된다. 역사의 고비고비마다 감춰진 저력을 발휘했던 이 땅의 주인들이 다시 한번 현명한 판단과 행동을 할 시점을 맞았다.

그간 압축성장으로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우뚝 선 우리는 지금 10년 전 IMF 외환위기를 딛고 미국·독일·중국·일본 4개국만 누리는 총 무역규모 1조 달러 클럽가입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수출 3천억 달러, 총 무역규모 6천억 달러를 돌파한 우리가 여기에 가입하느냐, 못하느냐는 대선에서 새로 5년을 이끌 지도자로 누구를 뽑느냐에 달려 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용도 폐기된 것이나 다름없는 케케묵은 이데올로기의 망령에 쫒겨 경제의 발목을 잡는 낡은 정치를 선택해 좌초할 것이냐, 아니면 소박했던 옛 시절 '1만 달러 국민소득, 마이 카 꿈'의 기억을 되살려 1조 달러 클럽가입이라는 희망의 미래로 나아갈 것이지는 이제 우리 국민들 손에 달렸다.

이러한 중대 시점인 지금, 나라 안 사정은 어떤가. 온통 정치문제로 시끄러울 뿐이다. 저마다 사는 것이 어렵다 아우성인데, 정치권과 대통령은 정치이슈 만들어 내기에 바쁘다. 국민들은 혼란스럽다. '먹고 사는 문제'와 경제는 뒷전으로 밀린 채 정치만 '판'을 치고 있다.

몇 년 전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이 개봉됐을 때다. 북한 인민군 장교(리수화)가 촌스럽기만한 촌장이 촌민들에게 존경받는 것을 보고 '영도력의 비결'을 묻자 '그저 뭐를 마이 멕이야지 머."라고 한 촌장의 대사가 유행했었다.

소위 '등 따시고 배 부르게' 하는 것이 최고의 정치임을 깨닫게 했다. 촌장의 말은 '衣食(의식)이 足(족)해야 예절을 안다.'는 이야기나 '곳간에서 인심난다.'는 이야기의 다름아니다.

管鮑之交(관포지교)로 유명한 중국 춘추 전국시대 齊(제)나라 사상가이자 정치가인 管仲(관중)은 "정치의 要諦(요체)는 백성을 부유하게 하고, 백성을 가르치며, 神明(신명)을 공경하도록 하는 세가지 일이며 그 중에서도 백성을 부유하게 하는 일이 으뜸"이라 했다.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무엇이 牧民(목민)이고 政治(정치)인지를 깊이 생각해 볼 때다. 그리고 올해 대선과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우리들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할 시점이다.

정인열 정치부장 oxen@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