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젊은 浮浪者들

영국은 16세기에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救貧法(구빈법)을 만들었다.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거리를 헤매는 浮浪者(부랑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정부의 지원을 받은 종교단체들이 이들을 수용하는 '구빈원'을 곳곳에 세웠고, 직업이 없는 빈민뿐 아니라 노인과 병자들을 받아들여 건강한 사람에겐 일거리를 알선해줬다. 미국은 뒤이어 현대적인 사회보장제도를 도입했다.

◇우리나라도 서양 못잖게 일찍이 빈민 구제에 나섰다. 1405년 '상평창'과 '의창'이 생겨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했다. 세종 때는 이를 통합해 한층 발전된 '救荒廳(구황청)'을 설치해 운영했다. 흉년이 들면 굶주리는 백성들을 돌봤다. 왕명으로 곡식 대신 나무껍질 등 먹을거리를 소개하고 굶주려 몸이 부으면 치료하는 방법 등을 상세히 기록한 '救荒撮要(구황촬요)'라는 책이 나온 것도 이즈음이었다.

◇요즘 부랑인 복지시설에서 생활하는 20, 30대 젊은이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 몸과 마음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데도 定着(정착)할 곳을 찾지 못해 떠돌던 젊은이들이다. 가정불화나 경제적인 문제로 갈 곳을 잃은 경우가 가장 많지만, 失業(실업)이나 사회 부적응 등으로 찾는 이들도 적잖은 모양이다. 고령 입소자들은 알코올중독자'정신질환자'장애인들이 대부분이라는 점과도 달라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이런 젊은이들 중엔 취업해도 시설을 떠날 생각이 아예 없거나 떠난 뒤 얼마 안 가 되돌아오는 이들도 많다고 한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할 수 있는 '社會性(사회성)'이 떨어지는 게 공통점이기도 하다. 이런 시설엔 아무나 예외 없이 받아들여지며, 먹고 자는 문제가 해결되고, 노숙인 시설에서처럼 일하러 나갈 필요도 없어 선호되는 셈이다.

◇젊은 부랑자들이 늘어나는 건 큰 문제다. 심각한 청년 실업도 한몫을 하고 있지만,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고 逃避的(도피적) 삶을 택하는 젊은이들이 많아진다는 데는 이들에게 재활의 길이 그만큼 어렵다는 걸 말하기도 한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의 패배의식에 빠지는 젊은이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福祉(복지)시설이 재활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하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고 본다.

이태수 논설주간 tspoe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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