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역 CEO들의 골프와 업무스타일 함수관계는?

"골프는 □□(이)다"

골프처럼 인생에 자주 비유되는 스포츠 종목도 드물다. 훌륭한 샷을 날리며 좋은 점수를 내다가도 한순간에 허물어지는 모습을 일반인들은 물론 프로 선수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인생사 새옹지마'란 표현과 잘 부합되는 게 골프라 할 수 있다.

골프의 또 다른 매력은 그 사람의 성격이나 업무 스타일 등이 골프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 한 번만 라운딩을 같이해보면 그 사람의 성격이나 스타일을 쉽게 알 수 있다는 얘기다. 경제란 정글 속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지역 CEO들의 골프와 업무 스타일의 상관 관계를 수소문해봤다.

◆정성이다!

80대 중반의 스코어를 갖고 있는 이인중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클래식음악 감상과 함께 골프와 테니스 등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있다. 상공회의소 수장이 되기 전에는 주로 지인들과 같이 필드에 나갔다.

이 회장은 매우 신중하며 규칙을 잘 지키는 골프 스타일을 갖고 있다. 매너가 좋다는 평가도 많이 받는다. 백 스윙이 '느리다 싶을 정도로' 플레이에 정성을 기울인다. 꼼꼼하게 업무를 챙기고,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심사숙고하는 이 회장의 업무 스타일이 골프에도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

◆규칙이다!

이화언 대구은행장도 이 회장과 마찬가지로 신중한 골프 스타일로 유명하다. 그러나 플레이를 하는 데 속도감이 있다는 주변의 평가다. 주말 골퍼로는 수준급인 80대의 스코어를 갖고 있는 이 행장은 특히 퍼팅할 때 매우 신중을 기한다. 또 볼이 홀을 지나가면 컨시드(상대편이 쉽게 홀에 넣을 것으로 여겨서 볼을 치기 전에 상대편의 퍼팅 성공을 그대로 인정해 주는 것. 흔히 "OK"라고 표현을 한다)를 주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주지 않는 등 골프에 대한 규칙에 정통하다. 은행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수많은 경험, 그리고 유창한 영어로 국내외에 IR(기업설명회)를 직접 열어 대구은행의 성가를 높인 이 행장의 업무 스타일이 골프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얘기다.

◆전투다!

권성기 태왕 회장은 골프 스타일이 전투적이란 얘기를 듣고 있다. 90대 중반의 스코어를 갖고 있는 권 회장은 주택업계 인사 및 지인들과 주로 골프를 친다. 골프를 칠때 권 회장은 매우 진지하면서 승부욕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컨시드를 주는 경우가 드물고 플레이가 잘 되지 않을 경우엔 얼굴을 붉히기도 한다는 것. 수십년 동안 섬유·건설업체를 경영하며 과감하게 기업을 경영해온 그의 업무 스타일이 골프에 그대로 녹아들어간 셈이다.

◆인생이다!

경북골프협회 명예회장인 한삼화 삼한C1 대표이사는 평균 78타로 싱글 수준. 한 대표는 "골프는 자기와의 경쟁"이라며 "골프는 인생과 매우 닮았다."고 얘기하고 있다. 매우 민감한 운동인 골프는 철저한 자기관리가 되지 않으면 좋은 스코어를 유지하기 힘들기 때문이란 얘기다.

회사의 업무를 결정할 때처럼 한 대표는 골프에서도 한 홀 한 홀, 한 타 한 타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또 룰을 꼭 지키는 것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기분 내키는 대로 했다가는 골프도 인생도 제대로 안 된다. 인생과 마찬가지로 골프에서는 룰을 제대로 알고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게 한 대표의 얘기다.

◆예절이다!

김동구 금복주 대표이사는 한때 70대의 스코어를 기록할 정도로 남다른 골프 실력을 갖추고 있다. 스윙과 매너가 '깨끗하다'는 게 그와 같이 라운딩을 한 사람들의 공통된 얘기다. 경북골프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구본일 일지테크 대표이사는 평균 79, 80타를 기록하고 있으며 성실하고 바른 골프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80대 중반의 스코어를 기록하는 조해녕 전 대구시장은 룰과 에티켓을 잘 지키고 동반한 이들에게 누를 끼치지 않으려는 '선비 스타일', 90대 중반인 이의근 전 경북도지사는 골프 그 자체를 즐기는 스타일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역대 대통령들 골프 스타일은

우리나라 대통령들의 골프 스타일은 어떨까?

노무현 대통령이 골프를 배운 것은 2000년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골프 책과 비디오를 보면서 근육의 각도까지 연구할 정도로 집요했다는 얘기가 있다. 덕분에 배우는 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평을 들었다.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골프를 애호한 사람은 전두환 전 대통령이 꼽힌다. 앞뒤 홀을 하나씩 비우게 한 뒤 라운드를 해 '대통령 골프'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전 전 대통령은 보통 230m 이상을 날려 장타자로 소문나 있다. 80타대 중반의 실력을 보유한 그는 라운딩을 하기 전날에는 소풍을 앞둔 초등학교 학생처럼 맘이 설레 잠을 설쳤다고 회고한 바 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소리 소문 없이 골프를 즐긴 스타일. 청와대 골프연습장을 무척 애용했다. 청남대 골프장에 가면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애용했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해서 서너 달에 한번 꼴로 골프를 나갔다. 핸디캡은 18~20정도.

골프와 인연이 깊은 대통령으로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최고회의 의장 시절인 1962년 프로골퍼에게서 골프를 배웠다. 볼을 치고 나면 골프채를 바로 캐디에게 주지 않고 총을 메듯이 어깨에 둘러메고 볼이 있는 곳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그린에 올라가면 딱 한 번만 퍼팅을 하고 끝냈다. 말 그대로 '1퍼팅 OK'였다. 국가 원수가 고개를 숙이고 1m 정도 되는 거리를 넣으려고 신경 쓰는 게 품위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는 얘기가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대통령이 된 뒤 공직자 골프 금지령을 내리는 등 골프와 담을 쌓고 지냈다. 재임 기간중 골프를 안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으며 청와대 경내에 설치된 골프연습장까지 철거토록 조치했다.

이대현기자 sk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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