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클리닉 에세이] 의사의 모습

직업이 의사여서 그런지 의사가 나오는 드라마가 방송되면 왠지 시선을 고정시게 된다. 외과과장 자리를 두고 벌어지는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한 드라마를 보면서 의사라는 직업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하였다. 극중에는 차기 과장자리를 위해 정치권에서나 볼 수 있었던 비리가 난무하고 결국엔(아직 드라마가 진행중이지만) 돈으로 사람을 사고 정상적인 선거절차를 방해한 집단이 승리를 거두었다.

아마도 의사 사회를 직접 내부적으로 접해보지 않은 이들이라면 정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가지게도 할 수 있을 내용이었다. 하지만 의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그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외과과장의 선거보다는 죽어가는 어린 환자를 살리려는 또 다른 의사의 모습이 먼저 보여졌다.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은 그 내용을 진실로 믿게 되고 자신의 건강을 맡겨야할 의사에 대한 신뢰에 의구심을 갖게 될 것이다. 만약 죽어가는 어린 환자를 위해 온 몸으로 뛰어 다니는 의사의 모습이 주인공이었다면 자신이 지금 치료받고 있는 의사의 모습도 아름답게 보이지 않을까?

의사-환자의 관계가 믿음으로 결속되어 환자는 의사의 치료를 믿고 따르고 의사는 환자의 고통을 자신의 아픔으로 여겨 진료에 최선을 다하는 풍토가 조성된다면 의사를 쇼핑하다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도 없어질 것이고 의사의 오만으로 환자를 고통의 늪으로 빠뜨리는 경우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드라마속의 의사가 모두 아름다울 수는 없지만 세상에는 아직도 많은 아름다운 의사들이 고통 받는 나의 환자들을 위해 진료실을 지키고 있음을 기억하여야 할 것이다.

김대훈 (미래연합소아청소년과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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