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의 가운데에 길 잃은 봄이 찾은 듯한 따뜻한 오전, 무심코 차로 등교하던 길을 뜻하지 않는 계절을 느끼기 위해 걸어서 등교를 하였다. 평상시 차로 등교하던 빠른 속도만큼이나 빨리 지나가 버린 주위의 모습이 너무나 선명하게 천천히 다가왔다.
'에바스 영어, 제임스 영어 교습소, 해법수학 교습소, ○○태권도 전문학원, 솔로몬 바둑교실, 그루터기 피아노, 신인류 미술, 클나무 공부방, 영어 랩교실, 신인류 음악 전문 학원…'
제각기 뽐내는 간판 속에 나의 어릴 적 모습과 참으로 달라진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을 생각해 보았다.
필자는 어릴 때 전교생이 600명 되는 시골 학교를 다녔고, 학원에 다니는 친구가 전교생 중에 10명 남짓이었다. 방과후 친구들과 고기를 잡거나 지금의 계절에는 술래잡기, 오징어, 말타기를 하며 대개 시간을 보냈다.
학원이 즐비한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은 방과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는 학원을 가고 '많은 해야 할 것' 속에서 생활을 한다. 이 중 삶을 풍요롭게 하는 '해야 할 것'은 무엇이 있을까? 미술과 음악, 그리고 운동(체육)을 한다고 대답하는 이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아이들이 진정 왜 미술학원에서 미술을 하고, 왜 음악 학원에서 음악을 하며, 왜 운동(체육)을 하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아이들로부터 '저는 그림을 그리고 있으면 너무나 신나요. 많은 친구들이 제 그림 속에 있거든요.', '저는 음악을 하고 있으면 아름다움이 느껴져요. 제가 연주하는 소리가 모여 아름다움이 표현되거든요.', '저는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져요. 특히 운동을 하고 나면 정신이 맑아져서 좋아요.' 라는 대답을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이들의 삶속에 의미 있는 활동일 것이다.
'국악을 왜 하는가'에 대한 의미있는 대답도 다르지 않다. '우리 조상의 혼을 음악으로 느끼고 싶어서 해요. 민족 문화 유산을 체험하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서 해요.'가 아니라 '국악 하는 게 그냥 즐거워서 해요', '재미있어서 국악을 해요' 일 것이다. 더욱이 국악을 하면서 '삶을 즐겁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일 것이다.
우리는 체험해 보지 않으면 그 즐거움을 느낄 수 없음을 경험을 통해 안다. 그러나 등굣길 모습을 통해 본 국악 경험의 장은 어디에 있는가? 과연 그 자체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서 '국악의 간판이 몇 개나 있는가?'
예술의 궁극적 목표는 '심미적 체험을 통한 활동이 각 삶속에 풍부한 정서를 주는 것'일 것이다. 자라나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으로서 국악 경험의 장이 많아지기를 꿈꿔본다.
' 민족음악의 빛 국악학원, 세계인을 키우는 국악학원, 국악의 빛을 찾는 학원…'
김신표(국악관현악단 해마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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