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남녀공학 10년] 해외에선 남녀공학을 어떻게 보나?

남녀 공학을 새로운 시각에서 다시 봐야 한다는 여론은 해외 여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공학=평등'이라는 전통적인 기대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제대로 맞아들어가지 않더라는 경험에서 비롯된 자기반성이다.

◇영국

우리나라의 수능시험에 해당하는 대학 입학 자격 시험인 '에이 레벨(A-level)' 성적을 분석한 결과 남녀공학에서 보다 여학교와 남학교로 나뉘어 따로 공부한 학생들이 훨씬 좋은 성적을 보였다는 결과가 나오면서 여론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에 자극받은 교육당국은 '남학생의 성적이 현저히 뒤떨어지는 몇몇 과목은 남학생반과 여학생반을 따로 구성해 가르치는 방법을 도입하겠다.'고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성차에 따른 학업성취도 차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이다.

◇중국

남녀공학에 대한 논쟁이 한창이다. 상해의 한 중학교 남녀합반을 분반으로 실험 전환했더니, 남학생들은 '여학생들 눈이 없으니까 훨씬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어 좋다' '성적이 옛날보다 좋아졌다' '여학생과 만날 기회가 줄어들어 아쉽다'고 했다. 또 여학생들은 '물리나 화학 선생님이 예전처럼 남학생만 질문하지 않고 우리와도 많이 토론해주니까 이과 성적이 올라갔다' '화장이나 옷차림에 신경쓰는 아이가 훨씬 줄었다'고 장·단점을 말한 것. 교사들은 2, 3년간의 경험으로는 어느 쪽이 더 좋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말하고 있지만 남녀공학의 장단점을 내실있게 분석해봐야한다는 의견이 많이 나오고 있다.

◇미국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남녀 분리수업을 하는 공립학교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으나, 현재는 25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집중도 측면에서 분리수업이 더 낫다는 연구결과에 따른 것. 특히 여학생은 수학과 과학, 남학생은 어학과 문학 등 취약과목에서 집중도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났다. 이에 따라 미국내에서는 남녀 학생들을 섞어 놓고 양성적인 개성을 기르도록 하는 것이 성별 불균형을 해소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니라는 의견이 설득력있게 제시되고 있다.

한 사범대 교수는 "이처럼 해외 각국에서 남녀 수업 형태에 변화가 생기는 현상은 공학이든 분리교육이든 역기능이 발견되면 원인을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개선하려는 바람직한 현상"이라며 "우리나라도 남녀 교육 형태의 다양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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