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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옥입니다] 처음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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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하순인데도 눈가는 곳마다 봄빛이 넘실거린다. 도심의 아파트 화단 양지쪽엔 어느새 냉이가 소담스레 돋아나 있다. 보통 4월에 피는 명자나무꽃도 붉은 꽃망울이 한껏 부풀어 여차하면 터질 태세다.

새해도 거진 두 달이 흘러가고 있다. '진짜 설'도,雨水(우수)도 지났다. "올해는 기필코…"라며 다짐을 거듭했던 年初(연초) 자신과의 약속은 '역시나 作心三日(작심삼일)'이 돼버렸다.

연전에 있었던 어느 기업체의 네티즌 대상 설문조사가 재미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작심삼일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귀차니즘(귀찮은 일을 몹시 싫어하는 태도나 사고방식)의 達人(달인)인 나 자신'을 꼽은 사람이 55%나 됐다. 새해 목표 실천의 최대 방해물이 바로 게을러터진 자기 자신이더라는 것이다. '나를 유혹하는 담배와 늦잠'이 2위, '웬수같은 친구들'이 작심삼일 원인 3위를 차지했다. 단골 신년 목표로는 '몸짱이 되기 위한 다이어트와 운동', '솔로 탈출', '금연', '외국어 습득' 순이었다.

한 해의 처음마음, 처음 약속이 모래탑 무너지듯 스르르 허물어지고 종내는 기억에서조차 가물가물 해진다는건 사실 부끄러운 노릇이긴 하다. 한 해를 좀 더 멋지게, 충실하게 채우기 원하면서도 몸은 방바닥에 딱 붙어'귀차니스트'로 일관한다면 마치 '볶은 콩에 싹 나기를 기다리는 것'과 매한가지 아닐까.

중도에 길을 잃었거나 헤맬 때 우리는 흔히 '初心(초심)'을 이야기 한다. '초심을 잃지 말자', '초심으로 돌아가자'라고 말한다. 그만큼 누구에게나'처음마음'은 순수한 그 무엇, 새 힘을 얻게 하는 에너지源(원)이다.

일본 'MK신화' 의 주역 유봉식 MK택시 회장이 재작년에 사장인 아들이 불미스런 일로 구속되자 78세의 나이에도 불구, 다시 택시 운전에 나서 화제가 됐다. 그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나 자신도 자만했던게 아닌가 싶다. 초심으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핸들을 잡겠다."

새해 계획이 작심삼일로 끝났다고 너무 부끄러워하거나 실망할 필요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라도 마음만 옳은 방향으로 돌리면 되돌아갈 수 있는 것이 초심이기에.

전경옥 논설위원 siriu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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