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물고기·새·벌레 움직임으로 날씨 짐작

천기를 읽는다? 인간은 온갖 정보를 다 동원해 미리 일기를 예측하려는 각종 노력을 기울여왔다. 하지만 하늘의 뜻을 읽어내는 일이 그리 쉬운가. 500억원 짜리 슈퍼컴퓨터를 동원해도 변화무쌍한 하늘은 그 속내를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지난 2월 1일에는 급기야 잇난 기상 오보로 인해 기상청장이 국민앞에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봄 기습 황사 때에 이어 두 번째 대국민 사과였다. 연이은 눈과 추위 예보가 빗나가면서 국민들의 비난이 빗발치자 사과와 함께 수치 예보 모델 개선과 예보 적중율을 높이는 대책을 내 놓았다.

우리나라의 단기예보(오늘~내일 날씨) 정확도는 2004년 87.5%에서 2005년 86.8%, 2006년 86.2%로 해마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상청 슈퍼컴퓨터의 성능은 기상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세계 11개국 가운데 4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해 계산해 내는 예보능력은 10위에 그치고 있는 실정인 것.

과거 우리나라의 일기예보는 '관천망기'에 의존하고 있었다. 신라시대 첨성대가 일기 관측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추정도 있지만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으며, 고려시대에도 태복감'사천서'관후서 등의 측후관청을 만들어 놓고 예보를 했기만 예보기술은 제대로 개발되지 않은 채 하늘을 관찰하는 것을 주요 예보 방법으로 했다.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도 1441년(세종 23년) 측우기의 발명되면서 강우량 측정을 시작했지만, 관상감의 일기예보는 여전히 하늘을 살피고 동물의 움직임으로 관찰하는 것으로 한정돼 있었다.

이런 하늘을 살피는 것은 나랏일에 한정된 업무은 아니었다. 예부터 한양의 마포, 서강, 송파 등 나루에는 '바람비 객주'라는 날씨 장수가 있어 돈을 받고 상업예보를 했다. 옛날 짐을 실어나르는 크고 작은 운반선은 바람으로 가는 돛단배였기 때문에 바람의 세기나, 풍향, 파고 등이 돈벌이는 물론 생명까지 좌우하는 중요한 정보였던 것이다. 이 바람비 객주는 집안 대대로 날씨를 살피는 나름의 비결을 대물림 했다. 구름의 모양이나 이동방향, 속도, 그리고 풍향과 풍속, 포구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나는 냄새, 강물에 뛰는 고기, 나는 새, 그리고 나타나는 벌레의 동태나 울음소리 등의 정보를 모두 조합해 날씨를 미리 예측했다.

'오소리 객주'도 있었다. 날씨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오소리를 길러 그 동작이나 울음소리, 털빛깔의 변화로 다가오는 날씨를 미리 내다봤다. 한양 육의전에 비옷인 도롱이와 비 올 때 쓰는 우립을 빌려주는 가게가 있었는데 이 가게 앞에 삼줄을 주렁주렁 드리운 깃발을 내 걸어 비가 온다는 예보를 했다. 이 역시 상업예보의 하나.

또 동네 훈장들의 역할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뿐이 아니었다. 서당에서 하는 일 중 하나가 천기점(天氣占)을 봐 주는 일. '전가후점'(田家侯占)이라는 체험방을 적은 책을 비치해 두고 해 뜨는 것을 봬 당일의 날씨를 살피는 '해귀(日耳)'보는 일부터, 씨앗뿌리는 날받이나 대삿날받이 같은 단기 기상예보, 올 가을에는 서리가 빠르니 어떤 채소는 심지 말라는 장기 기상예보의 기능까지 담당했었다고 한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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