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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칙 무시한 '대북 현금 지원'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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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지난 10일 남북적십자 실무 접촉에서 북한에 현금을 제공하기로 합의한 것은 '현금 지급은 없다'는 원칙을 스스로 깨뜨린 것이다. 이산가족 화상 상봉에 필요한 컴퓨터와 LCD모니터 등 장비 구입 명목이라고 하는데 북측이 평양 화상상봉센터 건립에 필요하다며 요구한 물품액은 350만 달러 어치로 이 가운데 현금 40만 달러를 이달 말까지 건네주기로 했다고 한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측의 자금 전용을 우려해 북한에 대한 현금 지원을 통제해 왔다. 지난 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문제가 불거지면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사업이 '북한에 현금을 주기 위한 사업'이라는 국제사회의 비판을 의식해 나온 조치다. 그래서 대북 현금 지원을 막아온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에 다시 북한에 현금을 주려는 것은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성에 심각한 손상을 자초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현금 지급 결정에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테러지원국에 전략물자의 반출을 금지하는 미국 수출관리규정(EAR)을 피해가기 위해 현금을 제공함으로써 자칫 미국 등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또 현금이 다른 용도로 쓰일 지도 모르는데 북측이 요구한다고 원칙을 깨버림으로써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된 것이다.

남북 당국 모두 이산가족 화상 상봉이 인도적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국민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번듯하게 건물만 세워 놓았지 언제 어떻게 상봉이 중단될 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상봉을 빌미로 잿밥에 더 신경쓰는 북측이나 상봉에 대한 제도적 보장없이 북측의 요구에 일방적으로 휘둘리는 남측 모두 보기 딱하다. 남북한 당국은 이제 이산가족 상봉문제에 대해 솔직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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