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서오이소! 2007 경북방문의 해] ⑧신라인 체험여행-경주

한 해 5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지붕 없는 박물관. 천 년 고도의 역사와 문화, 유적을 간직한 살아 숨 쉬는 문명지. 떠오르는 태양이 가장 먼저 비치는 성스러운 땅.

바로 서라벌이란 옛 이름을 가진 경주에 대한 21세기 평가들이다. 아무리 풀어내도 끝없이 이어지는 천 년의 이야기를 간직한 경주는 전설과 신화가 가득한 땅이기도 하다. 하지만 소득 수준이 날로 높아지면서 해외로 눈을 돌린 관광객들에게 외면당해 온 것도 사실.

이번 '어서 오이소 경북 2007' 여행팀은 한때 온 국민의 여행지로 각광받으며 최고의 관광지로 손꼽혔던 경주를 다시 찾았다. 누구나 한두 번 찾았던 곳이지만 올 때마다 새롭다는 경주여행은 이번에도 상상 그 이상의 기쁨을 안겨주었다. 진부한 역사 이야기를 듣고 판에 박힌 기념사진을 찍는 여행에서 벗어나 몸소 체험하고 부딪치며 땀 흘리는 여행 기회를 제공한 것. 여행이 진행되는 내내 모든 관광객들이 두 손 높이 치켜들며 최고를 외쳤던 그 순간 순간의 기억들을 담았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몸소 '신라인'을 체험했던 이들의 웰빙 여행은 천 년 전 신라인의 모습과 다를 바 없었다. 차가운 강풍으로 여행 내내 꽁꽁 언 손과 귀를 에워싸야 했던 힘겨운 여정이었지만 신라인의 발자취를 좇은 관광객들에게는 진귀한 경험들이었다.

* 신라의 대장장이-은세공 만들기 체험

'황금의 나라'라 불리며 최고의 귀금속 세공기술을 선보였던 신라인들의 위업은 이미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난 6일 미국 휴스턴 미술관의 요청으로 한국관에 전시할 유물로 금관총 금관(국보 87호)과 금제허리띠(국보 88호)를 선정, 3개월간 전시한다고 발표했다. 보험가액만 150억 원이 넘는 금관총 금관과 금제허리띠는 1921년 발굴 당시 '동양의 투탕카멘'이라는 세계적인 찬사를 받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출토된 금관의 70%를 차지하는 한국 금관 중 유독 그 솜씨가 뛰어나다는 금관총 금관. 금관을 만들었던 신라시대 대장장이의 솜씨를 따라가 봤다. 천 년 전 망치질 소리 가득했던 대장간은 귀금속 세공실로 변했지만 신라인의 열정만은 변함이 없었다. 우선 이날 체험은 '은'으로 이뤄졌다. 치우천왕과 연꽃문양의 틀에 은판을 대고 우레탄 망치로 두드려 음각과 양각을 살린 누금 세공술을 배워본 것.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자신만의 목걸이를 손에 쥔 여행객들 모습에선 신라인의 자랑스러움이 배어났다. "신라의 임금이 된 것 같다."는 소탈한 웃음을 보인 조선원(72) 할아버지의 감회에선 신라인에 대한 그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신라의 선무도 수법사-골굴사 선무도 체험

1천500년 전 인도의 광유(光有) 성인 일행이 함월산 일대에 만들었다는 국내 유일의 석굴 사원 골굴사. 보물 581호인 마애아미타불과 12개의 굴로 이뤄진 굴법당이 관광객들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석회암 재질의 암벽에 만든 굴법당은 풍화작용으로 인해 현재 형태만 남아 있을 뿐 법당 기능을 하는 곳은 관음굴 한 곳뿐이다. 골굴사에서 신라인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2가지이다. 10여 분의 암벽타기(?)를 통해 절벽에 만들어진 마애아미타불의 얼굴을 감상하는 것과 깨달음을 위한 불가의 수행방법인 전통무예 선무도를 배워보는 것.

우선 마애아미타불의 백만 불 미소를 보기 위해선 수백 개의 계단과 밧줄 타기를 감내해야 한다.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석회암 재질의 바위가 아기피부처럼 부드러워 자칫 잘못하면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것. 하지만 아찔했던 순간의 기억은 마애아미타불의 웃음 앞에서 모조리 사라진다. 온화하면서 그윽한 미소를 간직한 불상의 모습에서 숙연함을 깨닫게 되는 것. 힘겹게 올라갔던 관광객들 얼굴에서 다시금 환한 웃음이 머금어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골굴사를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만들었다는 선무도. 선무도를 배우기 위해서는 우선 울력과 참선 등 불가의 정신수련부터 배워야 한다. 하지만 관광객들의 짧은 여정을 이해해 준 선무도 수법사인 선광 스님 배려로 선무도 시연을 짧게나마 볼 수 있었다. 공격기술보다는 방어와 기 수련 자세가 많았던 선무도 시연은 관광객들의 자체 수련(?)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골굴사는 현재 선무도를 배우는 템플 스테이를 운영, 매년 2만 명의 학생과 외국인들에게 선무도 강좌를 해 오고 있다.

*신라의 문무왕-문무대왕릉과 감은사지 탐방

죽어서도 나라를 지켜내겠다는 문무왕의 뜻을 기리기 위해 찾은 감은사지와 감포의 문무대왕릉은 관광객들의 민족애를 들끓게 만들었다. 문무왕은 삼국을 통일하고 태평성대한 나라를 만들었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했다. 권세에 맞게 거대한 왕릉을 만들었던 기존의 왕과는 달리 "큰 능을 만드는 것은 나라 재정을 낭비할 뿐만 아니라 백성마저 힘겹게 한다."는 유언을 남겨 신라왕 최초로 화장을 통해 바다에 뿌려진 왕이었다. 게다가 죽어서도 용이 되어 왜적의 침입을 막겠다며 수중릉에 안장됐다.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이지만 관광객들은 문화유산해설사 김태희(35·여) 씨의 말을 경청하며 일본과 미국, 중국 등 주변 강대국들의 압박에 날로 입지가 줄어드는 한국의 상황과 대비해 깊은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이들은 감은사 절터에서 신라인의 호국정신과 민족애를 21세기 현재형으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천혜의 비경 체험-보경사 탐방 및 내연산 등산

보경사는 진나라 유학 후 신라로 돌아온 대덕지명 법사가 602년 진평왕에게 "동해안 명산에 명당을 찾아 팔면보경을 묻고 그 위에 불당을 세우면 왜구의 침략을 막고 장차 삼국을 통일하리라."고 아뢰어 세워진 절. 웅장하고 수려한 내연산의 절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특히 보경사는 뛰어난 절경으로 유명한 내연산과 중남산을 등에 업고 있어 영험한 기를 받으며 수도를 하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신라의 천혜 자연환경을 맛보기 위해 보경사와 내연산을 찾은 관광객들은 짧은 보경사 탐방을 마치고 곧장 내연산 등반길에 올랐다. 내연산의 절경인 12폭포를 모두 감상하기 위해서는 정상까지 산행을 해야 하지만 왕복 4시간을 요하는 등산을 할 수 없어 산 중턱에 위치한 연산폭포까지만 오르기로 했다. 천령산과 내연산 사이 골짜기에 생긴 12폭포는 남한의 금강산이라 불릴 정도로 놀라운 경관을 가지고 있다. 또 사계절 내내 물이 마르지 않아 등산객들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신라 수도승의 기와 혼을 느끼기 위해 오른 산행은 많은 이들의 심신을 맑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목승균(60), 권영순(59) 부부는 산행 후 "사진이나 언론을 통해서 본 금강산의 모습과 굉장히 흡사했다."며 "신라 체험 여행의 절정이었다."고 평가했다.

◇ 경주여행, 두 배로 즐기기

- 문화유산해설사를 이용하라. 경주시에 문의하면 전설과 신화 등 경주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전해주는 해설사를 만날 수 있다.

- 가보지 못했던,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을 찾아라. 오래된 관광지일수록 숨은 진주가 훨씬 많은 법이다.

- 황남빵 외에도 경주에는 배와 단감, 양송이버섯 등이 유명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먹을거리에서 여행의 참맛을 살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번 주 여행코스 : 경주 보문 체험학습장의 은세공체험-골굴사 답사 및 선무도 체험-감은사지와 문무대왕릉-안압지-포항 내연산 트레킹 및 보경사-죽도시장 방문

*'어서 오이소' 다음(17, 18일) 코스는 '선비의 삶 속으로 - 영주 선비촌 체험'입니다.

경주·최윤채기자 cychoi@msnet.co.kr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