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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윤제림 作 심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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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청전

윤제림

봄꽃 피어나는 것 열댓 번쯤 보았을 처녀애가, 꽃피는 구경 한 번도 못해본 아버지 손을 붙들고 꽃밭엘 나왔습니다. 세세연년 수도 없이 피었다 진 꽃들이, 이제 처음으로 피어난 꽃들에게 그 처녀애의 이름을 일러줍니다. 머지않아 꽃이 될 처녀애가 아버지 귀에 꽃을 그립니다. 아버지 얼굴에 꽃이 피어납니다.

꽃샘추위가 제아무리 심술 부려도 와야 할 봄은 오고, 피어야 할 꽃은 끝끝내 핀다. 따스한 봄날에는 개나리, 산수유, 목련 같은 목본류 뿐만 아니라 꽃다지 별꽃, 제비꽃 같은 앉은뱅이 초본류도 어김없이 피어난다. 어디 이뿐이랴. 방년 십팔 세 "머지 않아 꽃이 될 처녀애"도 봉오리를 맺는다. 그 처녀애가 제 아비 귀에 그린 꽃이 있는가 하면 아버지 얼굴에 빙그레 피어나는 함박꽃도 있다. 이 짧은 시 곳곳에 박힌 "꽃"이란 시어가 모두 여덟 개. 말이 꽃이 되어 향기를 품고 돌아다닌다. 누구나 눈이 있다고 해서 꽃의 전모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꽃은 마음의 눈으로 봐야 하는 법. 상상력이라는 눈, 그 눈이 우리의 머릿속을 꽃향기로 채운다.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감추고 넌지시 일러주는 묘사의 수법. '인유'라는 고전적인 수사법이 이리 아리땁게 꽃을 피웠구나.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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