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아버지가 들려주는 옛이야기)쌓은 덕이 많으면

내일이 바로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는 춘분(春分)날이로구나. 계절의 바뀜에 맞추어 욕심내지 말고 순리에 따라 살아가는게 중요하겠지.

옛날 어느 시골에 한 노인이 아무런 근심 걱정 없이 잘 살고 있었단다. 이 소문을 들은 임금이 그 노인을 대궐로 초청하였어.

"임금인 나도 걱정거리가 많은데 노인장께서는 걱정거리가 하나도 없다니 그게 사실이오?"

"그렇습니다. 저는 아무런 걱정거리가 없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근심 걱정 하나 없이 살 수 있소?"

"예, 저는 그저 해가 뜨면 일하고 저녁이 되면 잡니다. 배 고프면 먹고 잠이 오면 자고 이웃이 힘들면 도와줍니다. 더우면 적게 입고 추우면 많이 입습니다. 또 자식들이 모두 효자여서 더욱 아무런 근심이 없습니다."

"그것 참, 부럽구려. 어디 나하고 바둑이나 한 판 둡시다."

임금은 바둑판을 가져오게 하여 노인과 바둑을 두었대. 임금은 한참 바둑을 두다가 바둑돌을 주머니에 담더니 할아버지에게 주면서 말했어.

"이 바둑돌을 가지고 갔다가 다음에 내가 또 부르면 가져오도록 하시오. 이 바둑돌을 절대로 잃어 버리면 아니 되오."

노인은 절을 하고 대궐을 나왔어. 노인이 집으로 돌아가려면 강을 건너야 했대. 강가에서 배를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갑자기 달려들더니 노인이 들고 있는 주머니를 빼앗아 그만 강으로 던지는 것이었어. 엉겁결에 일어난 일이라 노인은 속수무책이었어.

집으로 돌아온 노인은 생전 처음으로 걱정거리가 생겼지. 노인은 밥도 못 먹고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었어.

그때 효성이 지극한 노인의 며느리와 아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장에 가서 아주 큰 잉어를 사 왔대. 노인이 입맛을 잃은 모양이라고 생각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드리기 위해서였지.

며느리가 잉어의 배를 갈랐는데, 잉어의 뱃속에서 바둑돌이 든 주머니가 나오는 것이야. 이상하게 여긴 며느리는 그 주머니를 노인에게 드렸지. 노인은 바둑돌이 든 주머니를 찾자, 비로소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게 되었대.

며칠이 지나자 임금이 노인을 불렀단다. 노인은 바둑돌이 든 주머니를 소중하게 품속에 넣고 대궐로 갔지.

"그 동안 잘 지냈소? 나하고 바둑이나 한 판 둡시다. 바둑돌은 가져왔겠지요?"

임금의 말에 노인은 바둑돌이 든 주머니를 조심스럽게 꺼내 놓았단다. 분명 임금이 준 바둑돌이었지. 바둑돌을 이리저리 살펴본 임금은 크게 놀라면서 물었지.

"아니, 그 주머니는 강에 빠졌을 텐데 어떻게 가져왔소?"

"별일 아닙니다. 저절로 일이 풀렸습니다."

노인은 자초지종(自初至終)을 이야기하였지.

노인의 이야기를 다 듣고난 임금은 껄껄 웃으며 말했어.

"사실 강가에서 그 주머니를 빼앗아 물에 던진 것은 나의 신하였소. 내가 그렇게 시켰소. 그런데 잉어 뱃속에서 그 주머니가 나왔다니 당신은 참으로 하늘이 보살펴 주시는 것 같구려."

"별일 아닙니다."

노인은 공손히 인사하였지.

임금은 흐뭇해져서 노인에게는 물론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많은 상을 주었단다.

심후섭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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