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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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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 모르는 사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어떤 변화가 주변에서 진행됐음을 뒤늦게 알게 되는 기분은 묘하다. 상당수 사람들에겐 소나무 사정도 그 하나일 수 있을 성싶다.

흔히들 우리나라 산은 변함없이 온 천지 소나무인 줄 여기고 지낸다. 하지만 전문가들에 따르면 그건 시대에 조금 뒤진 생각이다. 사정이 달라진 경위는 이렇다. 땔나무로 밥 짓고 군불 때던 시절 산은 헐벗었다. 그럴 때 그곳에 쉽게 새싹을 틔우던 것이 소나무였다. 그러나 불과 수십 년 흐르는 사이 이제 산은 지나치리만큼 숲으로 우거졌다. 이런 조건에서는 소나무가 맥을 못 춘다. 씨가 날려도 두텁게 쌓인 낙엽 때문에 땅까지 닿지 못하고, 뿌리를 내리더라도 큰 나무들의 짙은 그늘 때문에 자라지 못한다. '陽樹(양수)'라고 해서 그늘이 지면 살아 날 수 없는 게 소나무인 탓이다. 대신 지금 산에서 경쟁력 있는 수종은 참나무 등 활엽수라 했다. 많은 이들이 모르는 사이 산의 주인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이다.

하지만 도시에선 상황이 반대라고 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곳에서는 흔히 향나무가 정원수로 선호됐다. 마당이 있다면 어느 집 없이 몇 그루씩 갖췄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러나 근래 들어 그 향나무 정원수가 상당수 사라졌다. 모과나무 등에 끼치는 피해 탓에 기피하게 됐는지, 그냥 사람들이 변덕을 일으켰는지 모르겠다. 대신 많이 심기는 것은 소나무이다. 본당 건물이 문화재인 대구 계산성당이 정원을 소나무로 리모델링 했고, 대구 달서구 등의 새로 짓는 고층 아파트들도 정원에 키 훤칠한 소나무를 심는다. 이런 변화 역시 많은 이들이 제대로 낌새채지 못하는 가운데 진행되는 일이다.

그런 중에 어제는 소나무가 정원마저 뛰어넘어 도시의 가로수로까지 채택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서울 중구청이 그 도심 가로수 7천 그루 중 4천 그루를 이걸로 바꿔 심기로 했다는 얘기이다. 산소 배출량이 많은 반면 공해 물질(아황산가스) 흡수율은 높은 데다 사계절 푸르고 도시에 '명품'의 이미지를 가미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했다. 제시된 유일한 걱정거리라고는 한 그루에 500만 원씩이나 들여야 한다는 점 정도. 이렇게 다시 수십 년이 흐른다면 사람들은 산이 아니라 도심에서나 소나무를 볼 수 있게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박종봉 논설위원 paxkore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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