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강이 만나는 경북 예천군 풍양면 삼강나루터. 강가에는 낡은 주막 한 채가 외롭게 서있다. 100년도 넘은 주막이다. 자그마한 방 2개와 부엌, 손바닥만한 마루가 전부다.
예전 수첩을 뒤졌다. 8년 전 나루터 앞에서 주막을 했던 '마지막 주모(酒母)' 유옥연 할머니와 인터뷰한 자료를 찾기 위해서다. 아직도 할머니의 모습이 생생하게 남아있다. 2년 전 90세의 나이로 돌아가셨지만 그때만 해도 정정했다. 맑고 푸근한 얼굴에 마음씨가 좋았다. 당시 대낮이었는데도 동네 노인들이 주막 마루에 걸터앉아 소주를 마시고 있었다. 모두 술에 취해 벌게진 얼굴로 할머니와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끊임없이 안주 주문을 했다. 할머니는 취객들의 짓궂은 장난에도 인상 한번 찡그리지 않았다. 별 말 없이 웃기만 했다. 기자는 여든네 살 된 주모의 처신에 적이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때 할머니는 50년 넘게 주막을 지키고 있었다. 할머니는 "30년 전만 해도 막걸리가 없어 못 팔았어. 하루 5말도 더 나갔지. 마당에는 서울로 팔려가는 소가 가득했고 장꾼들이 둘러앉아 떠들썩하게 막걸리를 마셨지."라고 했다. 할머니는 "나이가 먹어 아들, 딸네집에 가 있어도 이곳 생각이 나 하루, 이틀 만에 돌아온다."고도 했다. 할머니는 가고 주막만 남아 있다. 아무도 살지 않으니 썰렁하기 짝이 없다. 주막(경북 민속자료 제134호)은 보존된다지만 사람의 정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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