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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다)'성채'를 다시 읽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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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학기 초 학생들과 처음 만나게 될 때마다 하게 되는 이야기가 있다. 간단한 소개와 수업에 관한 의문점들, 공부와 연구에 앞서 가졌으면 하는 태도 등이 주된 내용이 되겠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을 담아 나누게 되는 이야기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각종 성과들을 클래스메이트(Classmate)와 비교하지 말라는 것, 앞서 지도해주는 선생들과 선배들을 뛰어넘겠다는 마음을 가질 것, 그리고 역사 안에서 빚을 지지 말아 달라.'는 주문이다. 사실 나 또한 이것들을 지켜내기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 애쓰고 있기에 제자들에게 강요(?)한다는 것이 난처하긴 하지만, 또한 제자이기 때문에 이러한 요청을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이 아닌가 위안하면서 나도 모르게 말하게 되는 내용들이다.

'세상을 넓게 보고 동료들을 귀하게 여기라.'는 마음이 첫 번째의 요청이라면, '자기성찰이 들어가지 않은 지식의 무조건적 축적을 경계하라.'는 것이 두 번째 항목의 요지이다. 마지막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예술분야이든, 인문학이든, 이공계 학문이든 간에 풍부한 정보 안에서 자유롭되 그것이 창조적이고 인간을 위한 것이었으면 하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이 몸으로 체득되고 자발적으로 형성되었을 때 그대들은 삶 속에서 진짜들을 만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감히 말한다.

A.J. 크로닌의 '성채'는 아주 오래된 소설이다.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인도주의적이고 낭만적인 의사 앤드루 맨슨은 환자진료에 첫발을 내디딘 순간부터 무지와 탐욕, 무기력과 좌절, 허영과 음란, 인간의 추악함을 겪게 된다. 몇 번씩이나 절망하면서도 치열한 진리에 대한 열망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의사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성장해 나가는데 이러한 그를 끊임없이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것은 개인과 사회 국가의 무지와 무기력이다. 상처입고 좌절하고 그로 인해 굴복하려는 그에게 재기할 수 있게끔 버팀목이 되었던 것은, 선의를 지닌 소수의 동료들과 진실한 자기성찰과 창조적인 용기의 힘이었다.

간행된 지 70년도 더 된 소설에서 우리가 아직도 감동이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은 현재 우리의 사회도 '어쩔 수 없다.'며 포기하고 굴복하려는 태도에 여전히 노출되어 있다는 뜻일 것이며, 그 대안에 목마르다는 증거일 것이다. 꿈을 품고 믿으며, 자신의 습관을 길들이면서 포기를 모르는 삶이야말로 가장 큰 진짜 재산을 가진 이가 아닐까?

학생들을 통해서 다시금 나를 반성하고, 그리고 이러한 책들을 통해서 여전히 얻을 것이 많은 나야말로 큰 부자임에 틀림없을 것 같다.

백진화(대구한의대 한방미술치료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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