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스스로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 세계육상대회 유치의 가장 큰 수확입니다. 경제가 나빠지면서 시민들이 많이 위축돼 있었는데 이 대회 유치를 계기로 힘을 낼 것으로 봅니다. 시 공무원들도 어려운 유치 여건 속에서 조직력을 잘 발휘했습니다."
대구시민들의 의지를 결집, 지난달 27일 케냐 몸바사에서 열린 국제육상연맹(IAAF) 집행이사회에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한 김범일(57) 대구시장은 7일 "대구 재도약을 위한 첫 단추를 잘 꿰었다."며 "세계육상대회 유치는 대구뿐만 아니라 한국이란 우수한 브랜드가 만든 쾌거"라고 말했다. 김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시 공무원들이 일을 하다 지쳐 쓰러질 정도가 되도록 앞장서서 끌고 나가겠다."면서 "시민들도 시장과 공무원들을 믿고 경제 회생과 도시 발전을 위해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특히 김 시장은 세계가 주목하는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유치한 만큼 성공적인 대회 개최에 시의 역량을 집결하겠다고 밝혔다. 김 시장은 "대구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 많다."며 "정치권의 도움을 받아 중앙정부로부터 최대한 많은 지원을 이끌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또 김 시장은 "이번에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도시형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사업을 유치하겠다."며 "주변 여건이 나쁘지 않은 만큼 시민들에게 다시 한번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대구시의 대중교통망 지도를 바꿀 것으로 기대되는 자기부상열차 시범노선 사업은 오는 6월 말 유치 도시가 결정된다.
김 시장으로부터 세계육상대회 유치 의미와 원동력, 대회 준비 상황, 유치 과정에서의 뒷얘기 등을 들어봤다.
-세계육상대회 유치 의미와 원동력은.
▶250만 대구 시민들이 열정과 저력을 과시했다. 모스크바(러시아)나 브리즈번(호주) 같은 육상 선진 도시들과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사실은 시민들에게 엄청난 자신감을 심어줬다. 케냐 몸바사에서 투표권을 가진 집행이사들로부터 대구의 유치 열정이 대단하고 한국 사회가 안정돼 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집행이사들은 2011년 대회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펼친 모스크바 대신 대구의 손을 들었는데 그 원동력은 한국이란 브랜드였다고 본다. 그들은 현지 실사와 개별적인 방문을 통해 한국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고 그것이 소중한 표로 연결됐다.
-대회 유치과정에서 어려웠던 일은 무엇인가.
▶육상 강국이자 세계 스포츠계의 거물인 러시아의 정면 도전으로 큰 어려움을 겪었다. 러시아는 IAAF의 유럽-비유럽 순환 개최 방침에 따라 처음부터 2013년 대회 유치가 유력했는데 2011년 대회에 '올인'하겠다는 태세로 몸바사에 왔다. 러시아는 세계적인 육상 여자 장대높이뛰기 스타인 엘레나 이신바예바를 몸바사에 동원하는 정성을 기울였다. 라민 디악 IAAF 회장이 모스크바 편에 선 것도 대구를 힘들게 했다. 디악 회장이 집행이사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지만 통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디악 회장이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임에도 같은 아프리카의 나왈(모로코), 키플라가트(케냐), 츄엔(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집행이사들이 대구를 지지했다는 후문이다. 대구가 경쟁 도시들에 비해 국제적 인지도가 낮고, 우리나라가 육상 약소국이란 점도 악재였다. IAAF가 요구한 후원사가 나서지 않은 것도 어려움을 겪은 요인 중 하나였다.
-대구 유치가 결정된 뒤 모스크바 관계자들의 반응이 궁금한데.
▶모스크바는 2011년 대신 2013년 대회 개최지로 결정됐으나 기뻐하는 모습이 아니었다. 이신바예바는 축하한다고 인사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이신바예바는 2011년 모스크바에서 은퇴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걸 못 이루게 됐다면서 울더라.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주면서 2011년 대구에서 세계신기록 한번 세우자고 위로와 격려를 했다.
-중앙 정부의 비협조로 어려움을 겪었다. 앞으로 지원은.
▶사실 중앙 정부가 우선 순위를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두다보니까 섭섭한 점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달 16일 노무현 대통령이 대구월드컵경기장을 찾아 격려했고 몸바사까지 문화관광부장관을 정부대표단으로 파견해 힘을 실어주었다. 감사드린다. 하지만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부족하다. 대구월드컵경기장 일대 대구체육공원을 세계적인 스포츠콤플렉스로 조성하려고 하는데 중앙에서 적극 지원해주도록 부탁드린다. 대구를 국제도시로 부각시키기 위해서는 도시 철도, 컨벤션센터 등 인프라 확충도 필요한데 중앙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 또 중요한 것은 이번 대회를 육상 진흥의 기회로 활용해야 하는데 한국의 육상은 지금 절름발이 상황이다. 육상 진흥을 위한 노력을 정부가 앞장서서 펼쳐야 한다. 체육계 등 전 국민이 함께하면서 대구가 중심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
-대구 육상 발전을 위해 국제마라톤대회를 창설할 생각은 없나.
▶대구에는 매년 봄 순수 아마추어 동호인들이 참가하는 '대구마라톤대회'가 열리고 있다. 올해 대회는 15일 열린다. 대구 단독으로 또는 경주와 함께 국제마라톤대회를 창설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세계육상대회를 대구 발전에 활용방안은.
▶대구가 가야 할 방향은 국제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다. 외국인들은 서울, 부산까지는 아는데 대구는 잘 모른다. 대구의 시민의식을 국제수준으로 높여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지역 정보기술(IT) 분야의 저변이 굉장히 튼튼하기 때문에 IT를 비롯한 첨단산업의 도시로 변모하는 것이 대구의 과제다. 그 다음은 문화와 환경이다. 국제스포츠행사가 스포츠에서 끝나지 않고 문화와 환경이 융합된 종합적 스포츠행사로 가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대구는 게임 같은 콘텐츠가 풍성하고 뮤지컬, 오페라 등 공연 문화도 발달해 있다. 환경 문제는 IAAF에서도 최근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대구는 이미 지난 10년간 하천 정화에 상당한 성과를 냈고, 나무 1천만 그루를 심었다. 앞으로도 계속 매년 100만 그루씩의 나무를 심는 한편, 특히 대기 정화에 주력할 것이다.
-IT와 스포츠를 어떻게 결합시킬 작정인가.
▶육상 경기는 IT와 결합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종목이다. 육상은 트랙과 필드에서 3개 경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이 때문에 관중석이나 텔레비전으로 경기를 보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종목을 골라 볼 수 없는 실정이다. 당연히 흥미가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는 모바일 기술을 이용해 어디서든 자기가 좋아하는 경기를 선택적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볼 작정이다. 이 대회는 우리나라의 IT기술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기회다.
-삼성전자 등이 후원사로 나설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민간기업들의 후원은 어느 정도로 기대하는가.
▶이 대회는 세계에서 연인원 65억 명이 시청하는 세계 3대 스포츠 이벤트의 하나다. 기업들로서도 엄청난 스포츠 마케팅의 기회라고 할 수 있다. 대회가 유치됐으니 많은 기업이 관심을 가져주리라고 든든하게 믿고 있다.
-대회와 관련한 대구·경북 관광산업 발전책은.
▶대구와 경북도를 연계한 프로그램을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논의했다. 대구 부근에는 안동, 경주, 해인사 등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중국과 일본 등을 대상으로 관광 패키지를 적극 개발할 작정이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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