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발! 2007 대선레이스] ④'북풍' 또 부나?

남북정상회담 개최 분위기 성숙…파괴력 기대 vs 효과 물타기

한 언론사의 신년기획 설문조사에서 대선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으로 '남북정상회담'이 무려 52.4%가 나와 1위를 차지했다. 살을 에는 체감경기 속에서도 '반값아파트 공급정책'(50.6%)보다도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대선 때면 어김없이 불던 '북풍(北風)'이 이번 12월 대선에서도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찾아 올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 부분이다. 남북한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 속에서 '북한변수'는 이미 정치권에서도 대선 전략을 짜는 데 필수 요건으로 꼽은 지 오래다.

공안정국이 위력을 떨쳤던 시절에는 간첩단 사건 등 북한 변수가 유권자들의 안정심리를 자극해 선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1987년 대한항공 858기 '김현희' 폭파사건이 노태우 민정당 후보의 당선에 영향을 줬고, 92년 대선 때는 '간첩 이선실과 중부지역당 사건'이 민자당 김영삼 후보 당선에 도움 줬다.(표 참조)

이후 90년대 후반부터는 대북 기조가 조금 바뀌었다. '공산당이 세져야 공화당 정권이 강해진다.'는 이른바 '적대적 상호 의존주의적' 시각에서 벗어나 '통일이란 꿈을 얼마만큼 실현 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지'가 대북 문제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실제로 97년 국민회의 고문인 오익제 전 천도교 교령 월북 사건과 판문점 총격사건 등 굵직한 악재 속에서도 햇볕정책의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2년에는 2차 북핵위기가 발발했으나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역전승을 거뒀다.

이는 기존 군사정권 시절의 대북기조가 변하고 있다는 점과 무관치 않다. 특히 북한은 더 이상 적이 아니고 포용 대상이라는 데 한나라당도 서서히 공감하고 있다. 미국도 최근 강경 보수 성향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북미 대화를 중시하는 이들의 영향력이 커졌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 닥칠 '북풍'은 적대적 요소가 아닌 상생 메커니즘의 틀속에서 나온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에 이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답방, 즉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다.

정상회당의 가능성은 일단 높은 것으로 보인다. 연초 남북 장관급회담→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무그룹회의→남북적십자사의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공사 재개 합의→이해찬 전 총리의 북한 방문→모하메드 엘바라데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 방북 등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 관계의 해빙 무드는 그 내용과 속도 면에서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해찬 전 총리의 방북을 수행했던 열린우리당 이화영 의원은 "남북 정상회담은 북·미회담 등 6자회담 워킹(실무자)그룹 성과를 봐가면서 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북측에) 전달했고 북측도 상당한 공감을 표시했다."고 밝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주변 환경이 무르익고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보수성향인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앞다퉈서 정상회담에 대비한 대북정책을 기획하고 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북한국민 1인당 국민소득 3천 달러가 되도록 돕는다는 '비핵·개방 3천플랜'을 골자로 한 'MB 외교안보 독트린'을 세운 바 있고 박근혜 전 대표는 '평화정착-경제-정치통일'이라는 3단계 통일론을 제기했다. 이 밖에도 한나라당은 올 초부터 당차원에서 북한의 인권문제 및 경제개방 문제 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면서 북풍을 대비했다.

하지만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등 범여권은 '수구보수 이미지를 벗기 위한 대선용' '수구냉전 활동에 대해 먼저 반성하고 사과하라'는 등 공세를 펴며 여전히 한나라당을 북풍의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남북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 '특수'를 누리길 원하고 있는 범여권과 이에 맞서 좌표변화에 성공해 특수효과를 사전 차단하려는 한나라당, 양측의 노력은 이번 대선에 불어올 '북풍'의 위력을 간접적으로 증명해 주고 있는 것이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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