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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고부] 가게무샤(影武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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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일본 전국시대. 오다 노부나가, 도쿠가와 이에야스 등과 패권을 다투던 다케다 신겐은 1573년 순시중 저격을 받고 얼마뒤 사망한다. 이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신겐 진영은 '가게무샤'(影武者) 곧 '그림자 전사'를 이용한다. 신겐을 빼닮은 좀도둑을 신겐으로 꾸민 것이다. 이 책략으로 신겐 진영은 위기를 벗어나지만 결국 가짜임이 탄로나면서 다케다 진영은 급속히 무너진다. 당시 일본의 영주들은 이같은 위장전술을 즐겨 사용했다고 한다.

蜀漢(촉한)의 생존을 위해 제갈공명은 6차에 걸쳐 魏(위)를 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234년 사망한다. 당시 제갈공명의 상대는 사마중달. 그는 큰 별이 촉군 진지쪽으로 떨어지는 것을 보고 제갈공명의 사망을 직감, 총공세를 폈다. 하지만 반격에 나선 촉군 사이에서 죽은 줄 알았던 제갈공명(사실은 목각인형)이 수레에 앉아 지휘하고 있는 것을 보고 기겁을 하고 달아났다. 제갈공명이 임종직전 이 같은 계책을 지시해놓았던 것이다. "죽은 제갈공명이 산 중달을 쫓았다"는 고사다.

8~15세기 스페인의 고토수복운동(Reconquista)때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바로 스페인의 국민적 영웅인 로드리고 데 디아스 비바르이다. 아랍세력과의 마지막 결전에서 그는 적의 화살을 가슴에 맞고 결국 숨진다. 기세가 오른 아랍군대는 총공세를 펴지만 '살아 있는' 로드리고가 나타나면서 아랍군대는 궤멸된다.

이들 세 장면의 공통점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죽은 자에 기대 살길을 도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범여권 잠재 대선주자들의 줄이은 김대중 전 대통령(DJ) '알현'은 이 장면들을 떠오르게 한다. 지난 20일 손학규 씨를 시작으로 정동영, 김한길, 박상천 씨도 DJ를 찾았다. 여기에 이해찬'한명숙 의원도 가세할 모양이다.

이들은 툭하면 '새정치'를 외친다. 그러나 DJ는 햇볕정책의 파산으로 이미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았다. 폐기돼야 할 지역주의의 음습한 모습도 여전하다. 그런 DJ에게 어떤 새정치를 배운다는 것인지 요령부득이다. 이들의 DJ 알현은 자신들이 살기 위한 방편이겠지만, DJ도 살려내고 있다. 그 틈을 타 DJ는 '훈수정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건 老醜(노추)다. 아직도 욕심 많은 노인의 눈도장을 받아야 되는 우리정치의 수준이 너무 처량하다.

정경훈 정치부 부장대우 jghun31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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