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광주에서 열린 한나라당 대선후보 정책토론회를 기점으로 17대 대통령 선거전이 사실상 막이 올랐다. 매일신문은 국민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 대선주자들의 공약과 철학 등을 살펴본다. 먼저 토론회 이후 전국을 누비며 바쁜 일정을 보내는 이명박 전 서울시장을 최근까지 동행, 취재했다. -편집자
-첫 정책토론회에서 다른 주자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는데 토론 결과에 만족하는지?
▶만족은 없다. 모두 선전했다고 본다. 특히 홍준표 의원 때문에 토론에 활력이 생겼다. 다른 사람들은 나를 공격하지만 차이가 많이 나는 1위이니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모두 포용해야 하는 입장이다.
-대통령이 되려는 꿈은 언제 꾸었나? 왜 대통령이 되려고 하는가?
▶현대건설에 입사해 건설, 조선, 종합상사 등 여러 분야를 거쳐 일찍 CEO를 하게 됐다. 해외출장이 잦았고, 세계 각국의 기업인과 정부지도자들을 많이 만났다. 그렇게 세계를 알아가면서 대한민국의 미래에 불안을 느꼈다. 동유럽과 러시아가 무너져 시장경제가 강화되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었는데 한국은 사회주의 정책이 도입되는 등 반(反)시장경제 쪽으로 가고 있었다. 안 되겠다 싶어 나부터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려 했다. 하지만 기업 혼자 노력해서는 안 되고 국가가 함께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 세계가 경제를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념, 정치 논쟁에 빠져 드는 것이 걱정됐다. 국가를 걱정하는 순간이 바로 정치의 시작이었다. 가난한 노동자 출신이 CEO가 되고 행정·입법을 경험했다. 경제·행정·입법을 섭렵한 폭넓은 경험을 국가에 바치려 대통령이 되려 한다.
-민심과 당심이 다르다는 관측도 있는데 경선에서 이길 자신 있나?
▶민심과 당심이 결국에는 일치할 것으로 본다. 민심을 얻은 사람이 당심 때문에 경선에서 진다면 당선 후보가 본선 경쟁력이 없다. 당 대표는 당심으로 뽑아도 되지만 대통령 후보를 국민의 뜻과 다르게 뽑아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당원들을 믿는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은 검증 국면이 본격화되면 지지율 역전이 가능하다고 공언하는데 검증에 자신있나?
▶기업 CEO와 서울시장을 하면서 이미 검증을 받았다. 기업에서는 검증되지 않으면 사표를 쓰든지 승진에서 누락된다. 나는 조기 승진을 거듭했고 젊은 나이에 CEO가 됐다. 서울시장만 해도 여당이 얼마나 탐내는 자리인가? 범여권의 검증을 이미 받은 셈이다. 문제는 우리 당이다. 대통령 후보 될 사람은 당이 먼저 보호해야 하는데 지금은 정반대다. 당 안팎의 목표가 똑같다. 후보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고 검증은 당에 맡겨야 한다. 당내에서 검증 문제를 놓고 자꾸 싸우는 것은 정권을 교체하지 말자는 논리와 같다.
-한반도대운하가 환경파괴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낙동강을 맑게 하려고 오는 2015년까지 10조 원을 쏟아부을 계획이다. 한강 수질 개선비 10조 원을 합하면 20조 원 규모다. 그 돈이면 경부대운하를 만들 수 있다. 생태계 파괴 주장이 있는데 지난해 12월 건교부가 '강을 준설해야 물이 맑아지고 생태계가 살아난다.'는 보고서를 냈다. 울산 태화강, 대구 금호강과 이어지는 형산강이 준설을 통해 생태계를 되살린 예다. 대운하를 건설하는 것은 수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방안이다.
-경부대운하가 대구·경북에는 어떤 영향이 있나?
▶대구가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이다. 물이 맑아지고 배가 들어오면 내륙도시 대구가 항구도시로 바뀐다. 그러면 항구도시에 맞는 첨단미래산업이 들어선다. 고령·구미·상주 등 경북의 낙동강 유역도 크게 발전할 것이다. 물류보다 더 중요한 것은 관광산업이다. 소득 4만 달러 시대가 도래하고 아름다운 강이 있으면 대구시민들이 요트를 타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를 주요공약으로 걸었는데 대덕연구단지와 다른가?
▶대덕은 여러 연구소가 모인 것이고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는 하나의 연구소가 도시가 된다는 점에서 다르다. 스위스의 선, 독일의 GSI, 일본의 츠쿠바가 대표적인 예다. 거대 연구소가 들어서고 사람이 몰리면서 도시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대덕은 현재의 기술을 개발하고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는 미래의 원천기술을 개발한다는 점에서도 다르다.
-대구·경북도 국제과학비즈니스도시 후보지로 가능한가?
▶앞으로 후보지를 찾아야 한다. 과학자는 연구환경이 구축되면 몰려들게 되어 있다. 우선 훌륭한 연구 환경을 만드는 게 급선무다.
-참여정부의 지방분권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지방을 살리는 근본책이 아니다. 수도권의 땅값이 비싼데도 사람이 몰려드는 것은 국제적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도 국제적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 공기업 몇 개 보내고 기업 몇 개 분산하는 수준은 없는 것보다 나은 정도다. 수도권에 준하는 광역권을 만들어야 한다. 대구·경북권은 대구를 중심으로 포항, 구미를 묶으면 산업단지와 항만, 공항이 있는 훌륭한 클러스터가 될 수 있다. 지역에서 제품을 만들어 지역에서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에서는 수도권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크다. 서울시장 시절 규제 완화를 주장했는데 지금도 같은 입장인가?
▶일본은 도쿄를 규제했다가 실패했다. 도쿄에 있는 공장이 지방으로 가지 않고 해외로 갔다. 외국 기업이 반드시 수도권에 공장을 짓겠다고 하면 국익 차원에서 따져보면서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방에 가도 될 만한 공장은 지방으로 유도하면 된다. 정치적 논리가 아니라 경제적 논리가 중요하다.
-박근혜 전 대표의 '줄푸세'와 '열차페리' 공약을 어떻게 보나?
▶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고, 기초질서를 확립하는 것에 반대할 사람이 있겠는가? 규제완화 얘기는 20년 전부터 나왔다. 너무나 기본적인 것이라 공약이라고 보기 힘들다. 열차페리도 김대중 전 대통령 때 나왔던 이야기다. 중국 다롄에 만이 있는데 돌아가면 1천㎞가 넘지만 바다로 건너가면 170㎞밖에 되지 않아 열차 페리를 만든 것을 보고 당시 정부에서 내부검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 검토해볼 만한 공약이라고 본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간의 연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결코 바람직스럽지 않다. 법률상 현직 대통령은 정치행위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현직 대통령이 정치에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은 국정을 소홀히할 우려가 있다. 전직 대통령도 국가가 위태로울 때 자문역을 할 수는 있지만 차기 대통령을 놓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는 것은 적절치 않다.
-범여권 후보로는 어떤 사람이 될 것 같나?
▶명확한 것은 현재 거론되고 있는 사람 중에서 된다는 것이다. 한 사람이 될지 두 사람이 될지 추측하기가 어렵다. 아무튼 정치가 잘 되려면 정치공학으로 대통령이 되려고 하지 말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 노력해야 한다.
-대구·경북민들로부터 지지를 받고 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나?
▶내가 포항 출신이고 외가가 대구 반야월인 점도 다소 영향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경제발전에 대한 기대 아니겠나 싶다. 대구는 교육과 산업의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많이 어렵다. 점잖아서 겉으로 드러내진 않지만 자존심이 많이 상해있는 것으로 안다. 대구 발전책을 만들어라 하면 정치인이나 학자 모두 만들 수 있다. 문제는 그것을 실현하는 경험과 추진력이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민들이 나에게 기대를 거는 것 같다.
-끝으로 대구·경북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어려운 지역경제를 임시방편이나 소극적인 방법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발전시키겠다는 약속을 드린다. 대구·경북뿐 아니라 나라경제를 한번 살려보라는 큰 틀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면 감사하겠다. 다른 것은 몰라도 경제 하나만은 확실히 살릴 자신이 있다.
최재왕기자 jwchoi@msnet.co.kr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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