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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김승영 作 '권태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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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 안 입는 그런 옷을 입었으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왜 으스대는가. 왜 까부는가. 왜 어깨에 목에 힘이 들어가 있는가. 왜 꼭 그렇게 미련을 떨어야 하는가. 하얀 가운을 걸치고 까만 망토를 걸치고 만원 버스를 타봐라. 만원 전철을 타봐라. 얼마나 쳐다보겠냐. 얼마나 창피하겠냐. 수녀복을 입고, 죄수복을 입고, 별 넷 달린 군복을 입고……

왼쪽 손가락을 깊이 베어 며칠 병원을 다녔는데 어떤 파리 대가리같이 생긴 늙은, 늙지도 않은 의사새끼가 어중간한 반말이다. 아니 반말이다. 그래서 나도 반말을 했다.

"좀 어때?"

"응 괜찮어"

그랬더니 존댓말을 한다. 그래서 나도 존댓말을 해줬다.

"내일 또 오십시오."

"그러지요."

어느 시인이 말씀하셨던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놈 저놈에서 이분 저분으로 끌어올려 주는 것이 문학이라고. 그것이 문학의 윤리성이라고. 그것을 가능케 해주는 것이 사랑. 사랑은 대상 앞으로 우리의 몸을 한없이 낮추게 만든다. 키 낮은 꽃다지, 달개비 꽃 앞에 렌즈를 갖다대고 있는 저분. 얼마나 큰 사랑이 담겨있기에 땅바닥에 한사코 몸을 붙이고 있는가.

장옥관(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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